[김승재의 EPL 칼럼] 아스날 공략한 펩의 '크루이프 시스템'

맨체스터 시티가 이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기 위해 해결해 내야할 부분이 많았다. 직전 경기까지 불안한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3경기에서 7실점을 기록했고 클린시트를 기록한 경기 또한 한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불안한 수비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라는 고민과 제주스, 더브라위너, 라포르테가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에 제한된 스쿼드 안에서 최적의 전술을 꺼내들어야만 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아스날전에서 보여준 흥미로운 전술 변화에는 근거가 있었다. 최근 아스날을 상대했던 팀들이 아스날의 왼쪽 측면, 즉 티어니-사카- 오바메양이 왼쪽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하기 어렵게끔 압박했을 때 봉쇄하기 위해 원래 라이트백 이었던 칸셀루를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함으로써 수비시에 아스날이 맨시티의 우측면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게끔 했으며 이는 오바메양이 이날 경기에서 1개의 슈팅도가져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맨시티의 1선 압박

 

 

 

맨체스터 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스털링을 중앙에 배치하는 것과 주 포지션이 오른쪽 풀백인 칸셀루를 오른쪽 미드필더로서 활용하여 전방에서 수비 시 3-3-3-1 대형을 형성하고 후방에서 수비 시 4-4-2 대형을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활용했다. 그러한 대형을 형성한 이유는 최소한 3명의 센터백을 후방에 배치하여 최대 7명의 선수가 전방 압박에 가담할 수 있는 3-3-1-3 대형을 통해 전방에서 특히 왼쪽으로 전개하는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함이다.

 

맨시티는 전방에서 수비 시 스털링(ST)과 아구에로(ST)가 투톱을 형성하여 자카(CM)와 세바요스(CM)를 수비 범위에 두어 이 둘에게 볼이 가지 않도록 목적으로 하였고 상황에 따라 아스날의 두 CB을 적절하게 압박했다. 스털링(LW)과 마레즈(RW)는 양 사이드에서 아스날의 두 CB을 압박하거나 상황에 따라 양 풀백을 1 VS 1로 압박했다. 이때, 최후방에는 3명의 수비 숫자를 두었는데 뒷공간을 내주지 않고 아스날이 빌드업 과정에서 전방으로 롱볼로 연결했을 때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위 그림처럼 마레즈가 마갈량이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을 때. 티어니에게 측면으로 볼이 연결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는 칸셀루가 빠르게 티어니를 압박하고 로드리가 사카에게 빠르게 다가가 패스 옵션을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칸셀루가 티어니에게 드리블 돌파로 뚫리게 된다면 로드리는 마크맨을 버리고 파울로 끊는 방식으로 공격을 저지한다.

 

아스날은 이러한 방식으로 빌드업하거나, 때론 쟈캬(CM)와 세바요스(CM)가 후방으로 내려와 라볼피아나 대형을 구성하여 전개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최대 7명의 선수가 전방압박에 가담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쟈카와 세바요스를 내려 안정적인 빌드업을 해내려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는 유동적으로 잘 대처했다.

 

세바요스(CM)가 내려와 3백, 즉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하고 마갈량이스(LCB)에게 볼을 건네준 상황이다. 맨시티는 이때 볼을 탈취하기 위해 1대1 마크와 패스 옵션을 차단해버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마레즈는 마갈량이스에게 압박을 가하면서 쟈카에게 패스를 줄 수 있는 길목을 차단해버렸고 스털링은 티어니를 마크하러움직이면서 티어니를 통한 전개가 가능하지 못하게 묶어버렸다

 

. 이렇게 되면 백패스로 다시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오바메양과 사카가 볼을 받으러 내려올 때의 패스길조차도 차단해버렸다. 우선 로드리는 언제든지 1차적으로 패스 길목을 차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이 둘의 마크맨이 칸셀루와 워커가 동시에 내려오면서 2차적으로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결국 맨시티는 볼을 탈취하는데 성공한다.

 

이날 경기에서 맨시티는 오바메양을 워커를 성공적으로 묶어내는데 성공했지만 티어니가 드리블 2회, 슈팅 2회(1회 성공, 유효 슈팅 0개), 사카 드리블 5회(4회 성공), 슈팅 2회(유효 슈팅 2개)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 둘을 막기 위해 나선 마레즈와 칸셀루가 이 둘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맨시티의 빌드업

 

 

아스날은 수비 시 5-2-3 또는 4-4-2 대형으로 형성했다. 하프라인 부근부터 수비를 시작했으며 종/횡적인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타이트한 간격을 형성하여 패스가 연결되지 않도록 공간을 봉쇄하기 위해 노력했다. 투톱 1선 공격수 윌리안(ST)과 오바메양(LW)가 상대 CB 조합을 압박하되, 2선 중앙 미드필더인 로드리(CM), 칸셀루(CM)를 견제하는 걸 목적으로 압박했다. 그리고 사카(LM)와 페페(RW)는 상대 CB이 풀백으로 횡적인 패스를 연결했을 때, 양 풀백에 대해 압박을 가하여 횡적으로도 맨시티가 안정적인 빌드업을 하지 못하게끔 방해했다.

 

 

하지만 펩의 맨시티는 빌드업 과정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에 변화를 줌으로써 쉽게 풀어나갔다. 맨시티는 이날 경기에서 크게 2가지의 빌드업 패턴을 가져갔는데, 첫 번째로는 아케와 워커가 양쪽 끝으로 크게 치우친 스토퍼 역할을 맡을 때 디아스는 한쪽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가져가 로드리(DM)가 내려와 백4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이때 로드리가 디아스와 함께 센터백 조합을 이뤘다.

 

즉 3vs2 수적 우위를 형성해 빌드업에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고 로드리가 내려옴으로써 미드필드 숫자가 한 명 줄어들어 중원 싸움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로드리가 움직임으로써 생긴 빈 공간으로 1선인 스털링이 내려와 커버함으로써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했다.

 

두 번째로는 로드리가 3선에 위치해있을 때 디아스가 한쪽으로 움직여주면서 베르나르도 실바가 백4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내줬고 이후 베르나르도 실바는 이 위치에서 정확한 드리블로 중원을 통과해 볼을 직접 운반하여 팀을 전진시키거나, 패스를 통해 볼을 전개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세바요스나 쟈카를 올려 압박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아스날이 이를 방해하기 위해 쟈카나 세바요스를 적극적으로 올려 압박을 가한다고 가정해보자. 맨시티의 공격진은 아스날의 2선과 3선에 위치했었기 때문에 4-4-2 특유의 컴팩트한 라인을 구축하지 않으면 쉽게 중앙으로 가는 패스를 허용하여 빠른 역습으로 실점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실제로 이 경기에서 첫 실점도 그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실점하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압박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센터서클까지 진입했을 때, 로드리가 아래로 내려와 포백을 형성하고 베르나르두 실바와 칸셀루는 각각 왼쪽과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해있었다. 칸셀루가 포백 라인에서 벗어날 때, 최소한의 수비 숫자인 워커-디아스-아케를 후방에 남기며 3백을 형성했다.

 

즉, 이러한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로드리의 위치에 따라 3-3-1-3 포메이션과 4-2-4 포메이션을 변칙적으로 사용했다.

 

센터서클 근처까지 수비라인을 끌어올렸을 때 과르디올라 감독은 평소 본인이 즐겨 사용하는 4-3-3 전형에서도 역삼각형 대형을 자주 보여줬다. 역삼각형 대형을 형성함으로써 왼쪽과 오른쪽에 배치된 3명의 선수들끼리 간격을 최대한 좁히고 유지함으로써 패스 플레이를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워커와 아케는 공격 시에 하프 스페이스 지역 안에서 조금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고 양쪽 윙어로 출전한 마레즈와 포든은 양쪽 터치라인에 가깝게 위치하였으며, 칸셀루와 베르나르도 실바는 왼쪽과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며 역삼각형 대형을 이루었고 왼쪽에는 '포든 - 베르나르도 - 아케'로 이뤄지는 역삼각형 대형과 오른쪽에는 '마레즈 - 칸셀루 - 워커'로 이뤄지는 역삼각형 대형이 유지되어 공격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빌드업 과정을 통해 찬스들을 만들어냈으나, 결정력 부재가 컸다는 한계점이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 경기 전까지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클린시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4-3-3 포메이션에서 '크루이프 시스템'을 활용한 3-3-3-1의 변칙적인 전술과 수비 시 4-4-2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수비를 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결정력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아스날 또한 문제가 있었다. 이 날 경기 아스날의 패스 맵을 보면 대부분 좌측면을 통해 빌드업이 이루어졌고 이날 페페와 베예린은 각각 26회, 48회의 터치를 시도했다.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보였듯이 파이널 써드에서 좌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히는 움직임 이후. 사이드 체인지를 통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진 가능했으나 빌드업 과정에서 우측면은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베예린을 통해 안정적인 우측면 전개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페페는 그저 우측면에서 1vs1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라는 방안밖에 없었고 우측면은 아예 죽어버리게 되었다. 아르테타가 윌리안을 우측면으로 이동시키면서 최대한 활용하려 했으나, 그 효과를 보지 못했고 아무 의미가 없었다. 즉, 아르테타는 우측면에서 안정적인 빌드업 전개를 꾀할 방안을 찾아야 하고 공격 시에는 10번 롤을 맡아줄 선수를 통해 우측면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쟈카는 공격 진영으로 패스 공급과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세바요스와 함께 움직였을 때 안정적으로 빌드업 전개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카는 왼쪽 측면에서 직접 드리블을 통해 맨시티의 압박을 뚫어내고 문전 앞에서 침착하게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가장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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