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민의 시사 칼럼] 층간소음과 개인주의

글쓴이의 위층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왔다. 이제까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20cm의 콘크리트의 너머로 그들의 자녀가 우당탕 뛰는 소리는 들어봤다. 정말 심하게 들린다. 낮에는 귀에 진동이 울려 집에서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어 밖으로 뛰쳐나왔다. 오늘은 바로 이 주제 층간소음에 대해 써볼까 한다.

 

 

최근은 아니지만, 꾸준히 우리나라에서는 층간소음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발생한 주민 간 폭행 사건은 물론이고 살인사건까지 다양한 범죄 소식들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인구수의 대부분이 아파트 혹은 빌라 즉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한 사회나 공동체에서 생활양식이 굳어진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칙들과 문화가 생기길 마련이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이 벌이는 행동이라고 하지만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할 사소한 예의들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신이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다면 한 번이라도 집에 있을 때 타인에 의해 피해를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라. 층간소음은 물론 화장실로 들어오는 아래층의 담배 연기, 베란다에 떨어진 위층의 쓰레기 이 중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건이 있었을 것이며 혹은 당신이 한 번이라도 저질렀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로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를 이루어냈다. 그 결과, 국민의 50% 이상은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도시에 인구포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집약도를 높이기 위해 고층빌딩, 아파트, 빌라 같은 공동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과 스트레스들은 알게 모르게 점점 커지며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주택에서의 삶을 동경하며 바라오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이웃과 거리는 오히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가깝다. 당신의 집에 세탁기가 만약 발코니에 있다면 그 세탁기 뒤의 벽은 힘을 주면 부서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화재가 났을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진 문이다.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이웃이다. 당신이 싫든 좋든 이웃들과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미래가 되면 될수록 도시성은 확산하며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확산할 것이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 그것은 이기주의로 변모한다. 기술이 전 세계를 이어주며 당신이 세계사람들과 친구가 되며 온라인에서 활발히 인간관계를 맺는 동안 이웃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본 적이 있는가? 바쁜 도시의 생활 속에서 우리가 살아야 할 사회는 적어도 사람 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우리의 이웃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다면 가벼운 인사 정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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