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컬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고

소중한 기억은 지금도 나에게 따뜻함을 전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은 그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함 느껴 선택했던 책이다. 고등학생이 된 후, 생활에 여유가 없던 나를 스스로 위로하고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자전적인 소설로, 부모의 죽음으로 조부모와 살 게 되는 주인공은 바로 저자 포리스트 카터이다. 인디언 족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 게 되는 주인공은 인디언으로 자연환경에서 자연의 이치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삶의 지혜를 배워간다. 그의 이름은 인디언들처럼 '작은 나무'가 되었고 필요한 것 외에는 대지에서 가져가지 않는 것 등 인디언의 생활 철학들을 배우게 된다. 또한 자연의 신성함과 동물들의 의미, 농작의 원리에 대한 인디언들의 전통을 익히며 그들의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가운데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간다. 한편, 이와 상반되게 말로 사람들을 속이며 자기 욕심 차리기에만 급급한 정치인들, 영혼의 구원보다는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하는 종교인들, 가난한 한 소작농의 빗나간 자존심 등의 모습으로 탐욕과 위선을 보이는 인물들과 엮인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덤덤하게 현대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이야기는 백인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와 인디언과 달리 '더 좋은 교육'과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 명목으로 주인공을 강제로 보육원으로 보내며 그 절정에 이른다. 기독교 보육원에 보내진 주인공은 조부모와 함께했던 내 영혼이 따뜻했던 그런 날은 어디에도 없는 곳에서 돈, 성금, 기부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취급되고 밤마다 골짜기에서 늑대별을 보고 있을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돌아가길 간절히 기도하던 중에 결국 할아버지에의 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러한 성장 과정으로 백인 문명의 잔혹성과 위선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그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는 인디언 연방을 찾아 떠나는 방랑자가 된다. 이 이야기의 작가 포리스트 카터(1925~1979)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인디언들의 가르침을 자서전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여 인디언의 정신과 삶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은 순수하고 따뜻해서 현실에 저항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에 굴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준다.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이 조금은 현실과 타협하며 살았다면 그들의 삶이 그만큼 덜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덮을 때는 주위에 동요되지 않고 그들에게 주 어진 삶을 묵묵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검소함과 책임감, 그리고 신뢰감을 마음으로 전해 강한 울림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들의 한결같은 삶의 자세와 겸손하고 마음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그것을 닮고 싶다. 또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는 내내 찬란하게 비추는 햇살이 연상되게 했으며 그 햇살로 인해 따스함이 그대로 내기 전해져 고마웠다.

 

그리고 이야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조부모의 깊은 사랑으로 나도 매 순간 벅찬 감동이 올라와 울컥했다. 조부모가 주인공에게 삶을 낚는 법을 가르치고 그것을 하나하나 주워 담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의 할아버지의 깊은 사랑으로 따뜻했던 나의 어린 시절도 새삼 떠오르는 기억에 읽는 내내 그 사랑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릴때, 나에게 할아버지는 따뜻한 햇볕과 같았다.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잠자리채는 내 보물 1호다. 어려서 할아버지는 나의 안전망이었으며 나는 그 안에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성장해왔다. 내 곁에서 나를 변함없이 지지해 주시고 따뜻하게 품어 주신 나의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 책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할아버지와 함께한 그 시간은 지금도 내 안에 그대로 있으며 나는 그 기억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 요즘도 가끔 전화로 듣는 따뜻한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나에게 말할 수 없는 힘을 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할아버지는 나와 함께 계셨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더 따뜻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더불어 이 책은 내가 자연 안에서 숨을 쉬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자연을 묘사하는 섬세한 표현들에 눈이 부셨다. '그때 마침 아침 해님이 산꼭대기로 머리를 내밀어 계곡 전체에 첫 햇살을 비추기 작 했다. 산꼭대기에서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하늘 위로 솟구쳤고, 얼음에 덮인 나뭇가지들은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렸다. 아침 햇살은 물결처럼 아래로 내려가면서 밤의 그림자들을 천천히 벗겨가고 있었다.' 등의 수많은 표현은 내가 마치 자연에 머무는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등 고등학생이 되어 마음에 여유가 없던 나에게 '힐링'을 선물한 소중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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