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소윤의 독서 칼럼] 오멜라스에서 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아픔과 고통이 없는 공간, 갈등과 전쟁 없이 평화로운 공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공간. 유토피아적인 공간에 대해서 아마 많은 사람이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유토피아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춘 공간이 있다. 바로 오멜라스이다. 오멜라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모두가 행복한 곳이다.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으며 거리는 활기가 돌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전쟁도 질병도 없는 이곳은 늘 평화롭다. 갈등을 조장할 만한 그 어떠한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에는 경찰도 군주도 신분도 없다. 모든 사람들은 그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고 저마다의 행복을 추구한다. 누가 봐도 이곳이 유토피아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완벽한 곳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는 곳은 바로 한 공공건물의 지하실이다. 이 지하실에는 아이가 갇혀있다. 그리고 아이가 살아가는 공간은 차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열악하다. 이곳에는 오물이 가득하며 악취가 풍기고 아이는 보잘 것 없는 음식을 제공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는 왜 이런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오멜라스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서이다. 오멜라스는 영원히 행복한 공간이 되는 대신에 아이의 희생을 대가로 지불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아이는 그 누구의 관심과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지하실에 갇혀야만 했던 것이다.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비참한 아이의 모습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하기도 하고 오멜라스의 이중적 모습에 충격을 받고 이곳을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단연 많은 사람들은 결국 오멜라스를 떠나지 않는다.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면서 말이다.

 

 

처음 생각했을 때는 그들을 비난하게 된다. 아이의 희생을 통해 얻어내는 행복을 누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와 같은 의문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들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나의 행복을 지킬 뿐 만 아니라 나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까지 지킬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이런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는 마치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하는 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묻는 트롤리 딜레마와 비슷한 양상이다.

 

오멜라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본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누군가는 지하실의 아이처럼 살아가고 있고 또 누군가는 오멜라스의 사람들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하실의 아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집단이라 하면 가장 먼저 택배 기사들이 떠오른다. 이들은 매일 오랜 시간동안 무거운 짐을 옮기며 힘들게 살아가고 우리는 그들의 고역을 통해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 더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그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택배를 배달하며 우리는 그들의 희생 덕에 직접 물품을 받으러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단지 이런 집단 뿐 만이 아니다. 환경 미화원, 일용직 노동자, 소상공인 등 사회 곳곳에는 지하실의 아이와 같은 존재가 많다. 

 

우리가 이런 집단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이다. 외면하지 않는 것.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많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그 대안을 실행하기를 강구하는 것. 바로 이것이 모순적인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길이다.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오멜라스에 남아있는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지하실 아이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지만 이내 아이를 봤을 때의 그 분노와 슬픔은 퇴색된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를 동정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의 안정적 삶 뒤에 숨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이는 잘못되었다. 모순된 사회의 모습을 바꾸고 싶다면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갖춰야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사회는 이들에 의해서 바뀌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많은 학생들, 잘못된 정치를 개혁하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이것이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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