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우의 의학 칼럼] 정확한 언어생활과 의학

국어와 의학

지난주 수행평가의 마감 시간이 월요일 자정까지였다. 이 말은 월요일 밤 12시까지 라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월요일은 밤이 2번 있다. 월요일 시작할 때에 한 번, 월요일 끝날 때 다시 한번 있다. 과제 준비하면서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월요일 끝날 때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월요일 자정이라 하면 월요일 저녘 밤 12시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단어가 아니다. 정확한 단어라면 잘못된 해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불분명한 언어는 해석하는 입장이 다를 경우 생긴다.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의 경우 월요일 저녘 밤 12시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고, 선생님의 경우 월요일의 시작 즉 일요일 밤 12시를 월요일 자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제 제출 기한이야 혼선이 있어도 위험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과학이나 의학에서 이러한 혼란이 생기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특히 의학에서는 이렇게 단어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 커다란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오른쪽 왼쪽을 지칭하는 것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환자를 마주 보고 있으면 나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위치한 눈은 환자를 기준으로 하면 왼쪽 눈이 된다. 따라서 잘못하면 오른쪽 눈을 수술해야 하는데 왼쪽 눈을 수술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은 좌우 대칭이다. 몸 안의 장기도 2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 폐, 콩팥, 팔, 다리 등등 쌍으로 되어 있는 장기의 치료에서 단어 뜻이 명확하지 않아서 좌우가 바뀔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용되는 단어의 뜻이 분명해야 한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의 위치를 표준으로 정한다는 기준이 있다. 즉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오른쪽이 오른쪽이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왼쪽에 위치한 눈을 오른 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한 수술 부위의 오류를 막기 위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여러 번 확인하는 안전장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은 이러한 안전장치를 뛰어넘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할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관련된 수십 번의 작은 사고와 원인 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모호한 언어의 단점이 하인리히 법칙에서 말하는 사고 전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지는 않을까?

 

 

다른 예를 들면 맛있는 맛집을 친구에게 설명해줄 때에도 서울역의 오른쪽에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면 서울역을 등지고 있을 경우와 서울역을 바라보고 있을 경우에 따라서 정반대 방향이 된다. 나의 기준에서 오른쪽이 상대방 기준에서는 왼쪽이 되어, 친구가 맛집을 찾아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모호한 언어생활에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마치 의학에서 오른쪽 왼쪽의 기준을 환자 중심으로 미리 정하는 것처럼, 따로 언급이 없더라도 기준을 정해준다면 우리들의 언어생활이 보다 명확해지고 과학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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