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연예뉴스의 언어 표현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단면

 

 

대중 매체에서 자주 쓰이는 몇 가지 표현들이 있다. 빈번하게 제목에 사용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키워드들, 일명 ‘낚시 기사’에서 훌륭한 낚시꾼 역할을 하는 표현들이 여기 포함된다. 특정 표현들이 기사 제목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표현을 보고 기사를 클릭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주 보고, 또 자주 영향을 받는 그 표현들이 곧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준다. 대중 매체만큼 사람들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없고, 그러한 표현들에서 대중이 어떤 표현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는지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대중매체에서 쓰이는 표현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문 기사들에서 쓰이는 표현을 보면, 그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

 

연예 뉴스를 생각해보자. 어떤 연예인의 결혼 발표 기사가 뜨면 항상 앞에 붙는 표현이 있다. ‘품절남’, ‘품절녀’. 너무나 자주 보는 표현이라 당연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품절’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음’이다.1 절대로 사람에게 사용될 표현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누군가는 ‘그냥 비유한 표현인데, 이렇게까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는 없지 않아?’라고 불만을 표할 수도 있다. 사실 대중매체에서 이 표현이 결혼 관련 기사에서 빠짐없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기사를 클릭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을 물건에 비유하고 ‘사고파는 존재’로 정의하는 이 표현은 사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라고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에, 즉 인간이 존중받는 민주주의 사회에 정면으로 반하는 표현이다.2

 

한국에서 연예인은 대중에게 항상 상품 같은 존재, 소비되는 객체였으며, 마음 내키는 대로 비난해도 되는, 대중으로서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라고 여겨졌다. ‘품절남’, ‘품절녀’라는 익숙한 표현들에도 그러한 인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표현들에서 비롯된, 또 이 표현들 때문에 강화된, 상품으로서 인간을 취급하는 현상은 현재에도 우리 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중 앞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감정이 없는 존재인 것처럼 취급당하고, 불쾌한 방식으로 소비되며 희롱당한다. 이런 문제로 많은 사람이 정신적 문제를 겪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도, 대중은 또 다른 누구에게 탓을 돌릴 뿐 그 기저에 깔린 심각한 인식을 되돌아보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을 고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인간을 상품화한 이러한 표현을 고치는 일인데도, 대중들은 문제 제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표현들도 문제가 된다. 우리는 유난히 기사 제목에서 누군가의 몸무게와 키, 몸매, 허리사이즈에 대한 언급을 자주 볼 수 있다. ‘168cm, 48kg’과 같은 직접적인 수치 언급, 그리고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 ‘베이글녀’ 같은 표현들이 있다. 이 표현들은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하게 사람을 신체적 특징과 규격으로 상품화하는 표현이다. 또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 위와 같은 표현들은, 이상적인 인간을 수치화하며, 인간을 우열로 구분한다. 특정 몸매를, 특정 비율을 최고로 여기게 하는 이 표현들은 대중매체에서 벗어나 현실에서도 사람들이 서로를 수치화하고 규격화하는 데 사용된다. 이는 TV에서 노출되는 연예인의 모습이 청소년에게 외모 지상주의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이 대중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른 내용의 기사인데도 기사 제목에 불필요한 신체적인 수치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다른 소식보다, 다른 노력보다 앞서 신체적 특성으로 평가받고 관심을 받는 현실은 참 씁쓸하다. 신체적 특징이 어느새 사람을 나타내는 가장 첫 번째 특성이 되어 버렸다. 주목받기 위해서, 또는 다른 능력을 돋보이게 하려면 우선 대중매체에서 정의하는 ‘우월한’ 신체 규격에 맞아떨어져야 한다. 말로는 개성이 존중받고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라고 하지만, 연예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이러한 표현을 보면 아직 우리 사회의 감수성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듯하다.

 

언어 표현은 인간 인식의 기반이자 의사소통의 필수 요소이다. 언어에 문제가 있다면, 그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지는 사회는 당연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사회 의사소통의 주요 통로인 대중매체와 언어 표현의 문제가 합쳐졌을 때,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언어 표현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기에, 이를 똑바로 바라보고 잘못된 표현을 고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사를 클릭하기 전에, 제목의 표현을 보자. 그리고 그 표현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표현들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대중매체, 특히 연예 뉴스는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기반으로 하기에, 이것의 변화를 위해서는 대중 개개인의 인식과 적극적 문제 제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언어 표현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비판 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회를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시작점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 인용:https://ko.dict.naver.com/#/entry/koko/63fb7f984a2f4305ad10b058387d0217
2.인용: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61603&efYd=1988022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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