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후의 영화 칼럼2] 누군가 나서지 않는다면

애니메이션 <로렉스>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들

우리는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가 인류를 덮치면서 평범한 일상이 파괴되고 외출조차 하기 두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반면에 이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덕을 본 존재들이 있다. 바로 자연이다. 코로나 때문에 관광지에 발길이 끊기고 외출 빈도수가 적어지자, 자연환경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베네치아에서는 관광객이 사라지자 돌고래가 나타났고, 공해가 심각하던 인도 뉴델리의 공기질 지수가 '좋음'을 기록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공해가 너무 심각해서 신선한 공기를 사서 마셔야 하는 한 미래 도시에서 시작된다. 

 

나무와 풀은 물론이고 바람마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도시, 슈니드빌. 이곳에 사는 테드는 자신이 좋아하는 누나 오드리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오드리의 소원은 살아있는 '진짜' 나무를 보는 것. 나무란 나무는 다 사라진 이 도시에서 테드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 슈니드빌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슈니드빌과 달리 그곳은 냄새가 진동하고 잘린 나무의 밑동만 보이는 삭막한 곳이었다. 테드는 나무를 지키는 수호신 로렉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원슬러의 집을 찾는다. 괴팍한 노인 원슬러는 자신이 모든 나무를 없애버린 장본인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옛날이야기와 나무요정 로렉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로렉스>는 정말 잘 구성된 애니메이션이다.  인류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환경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다루었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신의 발명품을 생산하기 위해 트러플 나무를 몽땅 베어버린 윈슬러는 결과적으로 사업에 실패하고 만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자원을 마구 써버리면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마지막 남은 한그루의 나무까지 모두 베어버리자 숲에 살던 동물들이 모두 원슬러에게서 떠나가고, 원슬러는 거대한 공장 꼭대기에 앉아 멍하니 벌판을 바라본다. 알록달록한 트러플 나무와 생기 넘치는 곰과 물고기들, 노래가 끊이지 않던 숲은 어느새 나무 한 그루 남지 않은, 그야말로 쓰고 버려진 땅으로 변해버렸다. 원슬러는 뒤늦게 변해버린 숲을 보며 후회하지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야속해하기만 한다.

 

 

시간이 지난 현재, 즉 테드가 원슬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지금, 원슬러의 집 앞 돌에는 'UNLESS'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만약 ~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관객들 가슴에 그 단어 하나를 깊이 새겨넣는다. 만약 누군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만약 누군가 나무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면, 만약 누군가가 나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는다면, 슈니드빌의 풍선 나무들이 자연을 대신하고, 바깥세상은 계속 황폐해질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테드가 바로 'UNLESS' 의 의미를 실천하는 그 '누군가'인 것이다.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종말을 향해 성큼성큼 달려가고 있는 지금, 영화 <로렉스>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코로나가 자연에는 희소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득 몇 년 전 보았던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인간이 모든 것을 망쳐놓은 것은 아닐까? 환경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라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어떤 존재이던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나쁜 습관을 절제하고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겐 있다. 지구가 평화롭고 건강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존재 역시 인간이다.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 테드도 '환경을 살려보자, 나무를 찾아 자연이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자' 와 같이 거대한 목표를 가지지 않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했지만, 테드의 작은 움직임의 결과는 엄청났다.  원슬러에게서 얻은 마지막 나무의 씨앗을 공원 한가운데에 심자, 슈니드빌에는 인공 나무 대신 아름다운 트러플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영화 속에서 나는 똑똑히 지켜보았다. 영화 <로렉스>는 우리에게 말한다.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문제는 이미 심각해졌고, 행동할 때가 왔다고. 이 순간을 놓치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리고 당신이 바로 그 변화 앞에 앞장 설 '누군가'가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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