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EPL 결산] 2019-2020 EPL 시즌 결산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사다난했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막을 내렸다. 리버풀이 조기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행 티켓과 잔류를 위한 치열한 경쟁도 백미였다. 이번 글에서는 EPL에 참가한 20여 개의 팀 중, 챔피언스리그 복귀에 성공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19-2020시즌

성적 : 18승 12무 8패, 리그 3위

득점 : 66득점(5위), *1 xG 66.19(4위)

실점 : 36득점(10위), *2 xGA 38.06(3위)

FA컵, 카라바오 컵, 유로파리그 4강 탈락

 

*()는 리그 순위를 뜻함.
*1 xG(Expected Goals) : 기대 득점이라는 뜻으로, 슈팅 위치와 슈팅 상황을 고려하여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이다. 득점이 기대 득점보다 많을수록, 득점력이 뛰어나다는 것이고 적을수록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2 xGA(Expected Goals aginst): 기대 실점이라는 뜻으로, 기대 실점과 반대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슈팅을 허용한 위치와 상황을 고려하여
예상 스코어를 산출한 통계이다. 실점이 기대 실점보다 많을수록, 수비 또는 골키퍼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실점이 기대 실점보다 적을수록 수비 또는 골키퍼가 잘한다는 뜻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19-2020시즌은 브루노, 매과이어, 비사카 등 성공적인 이적 시장을 바탕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맥토미니, 윌리엄스와 같은 유스 선수들의 성장으로 리그 내에서 가장 젊은 팀을 꾸려냈다. 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고정된 선발 라인업과 적재적소에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솔샤르의 용병술, 전방 압박이 들어왔을 때 불안정한 빌드업을 보이며 전술의 약점이 드러나게 되면서 솔샤르의 맨유는 얻은 것도 많지만 그만큼 고민 또한 많아졌다. 

 

이번 글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19-2020 시즌 행보를 본격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이적 시장 평가부터 전술 등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파헤쳐보자. 

 

성공적인 이적 시장

IN: 해리 매과이어(레스터 시티), 브루노 페르난데스(스포르팅 리스본), 아론 완-비사카(크리스탈 팰리스), 다니엘 제임스(스완지 시티), 오디온 이갈로(상하이 선화, 임대)

 

OUT: 로멜루 루카쿠(인터 밀란), 애쉴리 영(인터 밀란), 안데르 에레라(파리 생제르망), 안토니오 발렌시아(LDU 키토), 마테오 다르미안(파르마), 크리스 스몰링(AS로마, 임대), 알렉시스 산체스(인터밀란, 임대→완전영입)

 

맨유의 이번 시즌 이적 시장은 돈을 하늘에 날려보낸 이전의 이적 시장 행보와 비교해보았을 때,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애매한 자원은 처분하고 꼭 팀에 필요한 선수들만 영입하였고 경기력까지 향상되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솔샤르의 영입이라 볼 수 있는 매과이어와 완-비사카, 제임스, 브루노 전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8천만 파운드라는 거금은 매우 비쌌으나, 매과이어는 그에 알맞은 활약을 했다. 커맨더형 수비수로써 라인과 수비 포지션을 조율했고 빌드업되는 수비수의 중요성을 몸소 증명했다. 또한, 린델로프가 공중볼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공중볼을 안정적으로 따낼 수 있는 센터백이 필요했던 맨유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입이었다.

 

비사카는 크리스탈 팰리스 시절에도 장점으로 여겨지던 깔끔하고 안정적인 태클은 매과이어와 함께 수비를 안정시켰다. 다만 조금은 불안정한 빌드업과 오버래핑 이후 크로스가 썩 좋지는 않다는 점을 제외하곤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영입은 54실점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리그에서 단 36실점만을 기록하며 리그 최소 실점 3위에 올랐고, 클린시트도 13회를 기록하며 맨시티(17회), 리버풀(15회)에 이어 울버햄튼, 레스터와 함께 클린시트 부문 공동 3위에 올랐다.

 

이적 시장에서 브루노의 영입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planetfootbal에 따르면, 브루노의 합류 이후 리그에서는 무패로 승점 32점을 얻었는데 이는 전체 EPL 팀 중에서 최다 승점이다.  whoscored에 따르면 브루노는 이번 시즌 맨유에서 21경기 12골 8도움을 기록했고, 브루노가 출전한 리그 14경기에서 맨유는 9승 5무로 무패를 달렸다는 점만 봐도 브루노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임스와 이갈로 또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갈로는 타겟터로서 포스트 플레이를 해주며 제 값을 해줬고 새로운 공격 루트가 되어줄 수 있는 선수이다. 로테이션 멤버로서 마샬의 체력 안배를 도왔고 유로파리그, FA컵 등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제임스는 많은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주었고 그린우드가 라이트윙으로 출전해 최고의 활약을 펼쳐 밀렸으나 아직 젊은 나이와 싼값에 데려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좋은 영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반기 : 2선에서의 창의성 부족

 

전반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2선에서의 창의성 부족이었다. 2선에서 창의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니 의미 없는 볼 점유를 가져갔고, 결국 볼 소유권을 내준 채 역습을 맞기 일쑤였다. 이는 제대로 포지셔닝을 가져가고 선수들 간의 거리를 좁혀 ‘중앙에 밀집한 블록 수비’, 즉 ‘두 줄 블록 수비’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하위권 팀들을 상대할 때 고전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라인을 올리는 강팀들에겐 빠른 역습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한 편, ‘두 줄 블록 수비’에는 패배를 거둔 가장 큰 요인으로 이어졌다.

 

두 줄 수비를 파훼하는 방법은 양 풀백을 높게 전진시킨 뒤,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여 상대 수비 간격을 넓혀 하프 스페이스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로써 창출된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 공격수가 침투했을 때, 패스가 연결되어야 찬스가 만들어지는데 포그바의 장기 부상과 더불어 페레이라, 린가드 등 2선 자원들은 이러한 찬스를 창출해내지 못했고 이는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했을 때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은 *브루노의 영입으로 완벽히 해소되었는데, 우선 브루노의 반 박자 빠른 패스와 적절한 방향 전환으로 좌우 측면 활용, 강력한 킥력을 바탕으로 유나이티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공격진들이 적극적으로 뒷공간으로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고 이는 두 줄 수비 파훼로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2월 1일 이후 브루노의 스텟은 키패스 11회(팀 내 1위), 크로스 25위(1위), shots on goal 19회(1위), 파이널 서드에서 패스 43회(1위), 박스 안으로 집어넣는 패스 1위*48회, 상대 진영으로 패스 한 횟수 203회(1위)로 대부분 지표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 : 불안정한 후방 빌드업, 대책은 없을까?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맨유는 코로나 재개 이후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은 채 고정된 스타팅 라인업만을 고집했다. 그래서 전술이 항상 비슷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지나며 전술의 파훼법이 드러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맨유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은 강한 전방 압박이 들어왔을 때,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했고 볼을 헌납해 실점으로 이어졌고 전방으로 볼이 잘 배급되지 않아 고전하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예시로 최근에 열린 유로파리그 코펜하겐과의 경기와 EPL 35R 소튼과의 경기가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위 사진은 코펜하겐 전에서 후방 빌드업 과정을 나타낸 자료다. 맨유의 후방 빌드업 과정은 양 풀백이 윙어처럼 높게 전진하고 양 측면 공격수들이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상태에서 마티치가 왼쪽 센터백 자리로 내려오면서 린델로프, 매과이어와 함께 3백을 형성하거나, 포그바와 함께 다이아몬드 형태를 구성하여 빌드업을 전개한다. 코펜하겐은 이 날 플랫한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어 선수들 간의 간격을 좁혔기 때문에 맨유 입장에선 공을 투입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고, 공격과 최후방의 연결고리였던 포그바를 철저히 묶어 포그바에게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고 결국 전방으로 롱볼을 통해 전개하거나, 볼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예시로, EPL 35R 소튼전에서도 소튼 선수들은 포그바를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포그바는 볼을 헌납하며 실점까지 허용했다. 어설픈 전방 압박과 높은 수비 라인을 형성한 셰필드와 맞붙은 셰필드전에서 3선과 2선의 패스 성공률을 비교해보았을 때, 전방 압박에 얼마나 취약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술에 변화를 주거나, 영입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다. 위에 상황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풀백이 높게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마티치가 아래로 내려와 린델로프,매과이어와 함께 3백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미드필더 자리에는 포그바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되는데, 위와 같은 사례처럼 포그바를 묶어버리면 전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원에 전방에 있는 브루노를 아래로 내려오게 한다고 가정하면 체력적인 부담이 심하므로 이는 불가능하다.

 

이전에 사용했던 3-5-2 전술에서도 해답을 찾을 수가 있는데 양 풀백 중 한 명은 높게 올라가 있고 다른 한 명은 3백을 형성한다. 그리고 투볼란테 맥토미니와 프레드와 함께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며 상황에 따라 브루노가 내려와 4-3-3 포메이션 형태로 전환되기만 해도 후방 빌드업은 안정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필수적인 홀딩 미드필더와 센터백의 영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우승권 전력에 도달하기 위해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라이트 윙어, 수비형 미드필더와 브루노의 백업 자원, 센터백까지 4가지로 이야기되고 있다. 필자는 그 중 센터백과 홀딩 미드필더의 영입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데, 앞서 말한 불안정한 후방 빌드업에 대해 서술했듯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술에 변화를 주거나 영입해야만 한다.

 

현재 맨유의 센터백 자원은 스몰링(임대),존스, 로호, 바이, 매과이어, 튀앙제브, 린델로프 등이 있다. 공중볼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고는 있지만, 빌드업이 가능한 린델로프와 아직 어린 튀앙제브를 제외하고 실력은 뛰어나나 잔 부상에 시달리는 바이와 존스, 그리고 로호는 매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서 튀앙제브와 린델로프를 제외하고 그들을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빌드업이 가능하고 공중볼에 약점을 보이지 않는 센터백을 최소 1명에서 최대 2명까지는 영입해야 안정적인 빌드업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마티치를 대체할 만한 홀딩 미드필더의 자원도 필요하다. 마티치는 나이가 꽤 있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데다가, 포그바와 브루노를 공존시키기 위해선 마티치와 같은 유형의 홀딩 미드필더 자원이 있어야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대안으로 맥토미니에게 마티치의 롤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박스 투 박스(box-to -box) 유형이며 투볼란테로 나서서 탄탄한 체력과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뛰어다닐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마티치처럼 빈 공간을 커버하는 역할과는 전혀 맞지 않고 오히려 마티치 역할을 했을 때 불안하다.

 

감독 평가 및 마무리

 

솔샤르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3위를 기록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고 그로 인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뛰길 원하는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 영입의 폭이 넓어졌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매과이어,완-비사카,브루노,제임스,이갈로를 영입했고 유스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리빌딩에 성공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평가하자면 3-4-1-2, 4-2-3-1 포메이션을 완전히 정착시켰고 브루노의 영입으로 공격 패턴에 변화를 주려는 성과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고 플랜A만을 고집하거나 전술이 여전히 한결같고 경기 중 전술 변화를 주는 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다곤 하지만 때에 맞춰 적절한 교체 타이밍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던 퍼거슨 감독과 달리, 교체 카드를 거의 꺼내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불안정한 후방 빌드업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영입을 통해 해결하든, 아니면 

어떻게든 수적 우위를 형성해서 이전에 사용했던 3-4-1-2 전술처럼 양 풀백 중 한 명은 높게 올라가 있고 다른 한 명은 3백을 형성하고 이들이 맥토미니와 프레드와 함께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며 상황에 따라 브루노가 내려와 4-3-3 포메이션 형태로 전환하거나 빌드업이 가능한 중앙 수비수와 마티치의 대체자를 영입해야만 해결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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