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庚戌國恥), 나라를 뺏긴 날

한일합방도, 한일병합도 아닌 ‘경술국치’

 

경술국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경술국치일’을 ‘한일합방일’, ‘한일병합일’ 등으로 불러왔던 지난날에 대해 반성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왔고, 왜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경술국치가 어떤 날인지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1910년 8월 29일, 일본에 의해 대한 제국을 강제로 병합하는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되었다. 이 날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고, 나라를 잃었다. 조약 체결 당시, 일본은 한국에 대하여 강압적 조처를 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4년 협정서에 의해 일본의 고문정치가 시작되었고,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됨으로써 통감 정치가 실시되었었다. 이로써 실질적 국권을 빼앗은 일본은 허울만 남아 있던 대한 제국을 병합조약을 통해 완전히 소멸시킨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 1910년 7월 12일 통감으로 임명된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본격적인 병합 공작이 전개되었다. 8월 16일 데라우치는 총리대신 이완용을 통감관저로 불러 병합조약의 구체안을 알려주고 18일 각의에서 합의하도록 하였다. 8월 22일에는 순종 황제 앞에서 형식상의 어전회의를 거쳐 이완용과 데라우치가 병합조약을 체결하였다. 조약 체결 사실은 1주일간 비밀에 부쳐졌고, 8월 29일 이완용이 황제의 어새를 날인하여 병합조약이 공포되었다. 이와 같이 병합조약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사전 공작과 이완용의 매국적 배신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조약 체결 과정의 문제점과 불법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애초부터 조약이 발효될 수 없으므로 국가 간의 합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이를 보아서는, 우리나라 국권 침탈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자 부정하여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일본 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일본 측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될 수 있는데, 하나는 일본 정치인을 중심으로 하는 견해로서 현대 국제법의 관점에서나 국제도덕의 관점에서 합법적이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병합 행위가 외형적 형식을 갖추어 합법적 한계 내에서 행해진 듯 보인다 할지라도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본 필자는 여기까지 보았을 때, 일본의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도덕적 정당성은 검토하지 않고, 단지 당시 실정법이 금지하지 않는 행위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에서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있으며, 적법성과 정당성을 구별하는 견해에 중점을 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일합병조약이 유효라고 주장하는 일본 학자는 사카모토 시게키, 사사가와 노리가쓰, 운노 후쿠주가 있다. 그들은 국가에 대한 강제는 무효가 될 수 없고, 국가 원수나 대신들이 직무상의 기관에게 가하는 강제를 국가 자체에 대한 강제로 이해하고 있다. 또, 당시에는 유효하게 체결되었던 것이고, 따라서 한국을 식민지로서 지배하였던 것은 국제법상 합법이었다고 주장한다. 본 필자는 이들이 참 뻔뻔하다고 느꼈다. 놀랍게도, 이들은 강제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강제성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합법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유효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뻔뻔하고 뉘우침을 모르는 태도는 필자를 분노케 했으며, 과연 자신의 이기적인 관점에 사로잡힌 사람이 학자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본 필자는 전혀 한국 학자들의 주장이 설득력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려 드는 일본의 태도에 화가 났다.

 

사실 경술국치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도, 황당하고 어이없는 논문과 논설문을 많이 보았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와 친일반민족행위자 최린의 말이 담긴 글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고, 과연 우리나라 사람이 맞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특정한 정치적 인물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이나 문재인 정부의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에 관해 뜨겁게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실망감이 든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일본과 이렇게 대립 관계를 형성했다면, 우리나라는 크나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업이 성장했고, 국가가 강해졌으며, 국민들이 뭉쳤다. 지난날과는 다르다.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인 것이다. 언제까지 과거 일본 식민지의 잔재 속에서 살아갈 것인가. 필자를 참 감동케 하는 것은, 지난날과는 다른 국민들의 결의이다. 분명히 다르다. 조국에 대한 뜨거운 애국심으로 국민이 앞장서서 일본과 싸우고 있다. 국민들은 계속하여 싸울 것이고, 기억할 것이다. 지난날들의 국가적 치욕스러움과, 부끄러움을 안고 끝까지 싸워 이겨낼 것이다.

 

아직까지도 안일한 생각과 반윤리적인 마음을 품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직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 정치인들이 하루빨리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부끄럽지 않은가. 한편에서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써 싸우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을 비난한다는 사실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물론 일본이 잘못한 것은 극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을 보아 알 수 있듯이, 나라를 잃은 것은 친일파들의 책임도 크다.

 

본 필자는 일본인 모두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자주 국가 대한민국의 하나의 국민으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소인배의 면모를 보이는 아베 정부의 빠른 사과를 요구한다. 끝으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싸우는 국민들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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