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욱진의 교육 칼럼] 대학을 위한 교육.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국어, 수학, 영어, 윤리, 사회, 과학, 정치와 법, 지리, 물리, 화학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게 되며 그 지식을 바탕으로 시험을 치고 그 결과로 산출된 내신으로 대학교를 결정한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배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직업을 찾고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직업을 구할 때 고용인들을 대학교 이름과 대학교 전공을 보고 사람을 고용한다. 고등학교 때 무엇을 배웠는지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때 교육은 무엇을 위한 교육일까?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학구열이 매우 높다.  고등학교에서는 수행평가, 생활기록부, 내신을 챙기며 학교생활을 한다.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러한 교육에 대한 학구열은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은 알고 있다. 내신을 산출할 때 쓰는 상대평가 방식은 남이 떨어지면 나의 위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남의 성적이 떨어지는 일을 바라는 일도 다반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방식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교육의 수준을 높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은 전 세계에서 제일 지식수준이 높다는 타이틀을 얻는다. 하지만 대학교에 가면 그 타이틀은 먼지 사라지듯이 사라진다.  왜 그럴까? 유츄해보자면 고등학교의 교육이 대학교와 많이 연계되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영어 수능 문제를 본 외국인이 "우리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라고 했던 진술은 고등학교 교육이 영어 회화가  아닌 대학교에서 원하는 영어 성적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을 우리는 받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우리가 이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 실제로 실생활에서 교육받은 내용을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실생활에서 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크기가 큰 사과를 먹기 위해 사과의 반지름을 알아내어 사과의 부피를 구하지도 않으며 취미로 독서를 할 때도 이 문장에서는 역설법이니 반어법이니 따지면서 읽지 않는다.  말할 때도 문법에 어긋났는지 일일이 따지지 않는다. 실제로 실생활과 학교 교육은 연계성이 낮다. 대학교에 가기 위해 배우는 교육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고등학교는 대학교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가려내기 위한 판별기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학생은 제품이며 대학교를 지원할 때 쓰는 자기소개서는 제품을 소개하는 광고지이고, 기말고사나 수능은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검사 절차이며 내신등급이나 수능등급은 대학교라는 고객이 학생이라는 제품을 고를 때 보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제품의 성능을 나타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가?

 

대학을 위한 교육은 대학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학교에 합격하는 순간 자신이 선택할 전공과 관련 없는 지식은 앞으로 쓸 데가 없어져 머릿속에서 잊힌다. 실생활에서도 쓸모가 없으며 전공과 연관되지도 않는 지식을 기억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진로희망과 상관없는 과목까지도 이수해야 하는 이유는 그 상관없는 과목까지도 완벽하게 이수 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사람을 대학교에서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면 모든 학생은 그 분야에서 뛰어난 지적 수준을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교에서는 누구를 뽑아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평가 기준으로 많은 과목에서 높은 지적 수준을 보일 수 있는가? 라는 항목을  추가한 것이다.

 

입학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훨씬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면 그중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비판의 여지가 없다.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대학을 탓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어디까지나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이며 상품의 성능이 좋지 않아 자신을 구매해주지 않는 것을 소비자에게 화내는 일은 이상하다.  이렇듯 현재 대학교가 학생을 뽑는 것은 합리적이며 비판의 여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많은 학생이 단지 대학을 위해 배우는 학교 교육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 그러면 우리 학생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단지 대학을 위해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을 받아들이고 친구끼리 경쟁하고 성적이 떨어졌을 때 좌절하고, 스트레스받으며 학생 자살률 1위의 타이틀이 유지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아직 해결책은 없다.  그 누구도 대학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을 바꿀 방법을 모른다. 단지 우리가 힘들게 이수하고 있는 고등학교 교육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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