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빈의 영화 칼럼] 슈렉, 지금도 아름다워

 

영화 <슈렉>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들만큼이나 뛰어난 영화들을 선보이는 드림웍스의 <슈렉>은 다시 한번 보면서도 명작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윌리엄 스타이그 작가의 “슈렉”이 원작인 영화 <슈렉>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히 여겨왔던 여러 클리셰에 대해 정통으로 맞서고 있다. 전형적인 요소들을 비꼬면서 흥미를 끌고 모두의 웃음을 자아내는 <슈렉>은 이전의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습에 부딪혀 보기까지 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부터가 못생기고 무시무시한 괴물 ‘슈렉’이다. 흔히 예쁘고 잘생긴 인물들이 주인공을 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심지어 인간의 모습에 피오나 공주를 제외하고는 외모가 잘난 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거인 슈렉과 피오나, 수다쟁이 동키, 숏다리의 파쿼드 영주까지, 이 또한 슈렉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작은 동화 속 이야기를 읽으며 시작한다. 물론 시작부터 반전으로 시작한다. 불길로 휩싸인 채로 용이 지키고 있는 성안에 예쁜 공주가 갇혀있고, 잘생긴 왕자가 나타나 그녀를 멋있게 구해준 채 첫 키스를 하며 저주를 풀어준다는 내용의 동화책을 찢어버리는 슈렉이다. 심지어 그 페이지로 용변을 닦는 슈렉은 진흙으로 샤워하고 벌레나 쥐를 잡아먹고는 한다. 이 영화 속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가는 계기 또한 특이하다. 다른 영화나 동화에서는 각광받는 수많은 캐릭터들(아기돼지 삼형제, 난쟁이, 요정, 파쿼드 영주의 성에서 쫓겨나 슈렉의 영역으로 대피하는데 이것이 슈렉의 사생활을 침해하여 그는 심한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낀다. 슈렉은 단지 이 상황을 처리하고 그에게는 성가신 동화 속 캐릭터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공주를 구하러 떠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하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왕자님들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대사 또한 대놓고 기존의 이야기들과 차별화되어있다. 슈렉이 자신의 방으로 들이닥치자 서둘러 머리를 다듬고 가지런히 눕는 공주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슈렉은 그녀를 키스로 깨우기는커녕 냅다 흔들며 깨우고는 곧바로 나간다. 공주는 슈렉에게 멋있는 말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요구하지만, 동화를 왜 이렇게 많이 봤냐며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하는 슈렉. 털털하고 거침없이 기존의 것들과는 정반대인 모습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슈렉>은 “외형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면 안 된다”는 당연한 교훈을 신선하게 전하고 있다. 슈렉이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게 된 것도 모두가 그를 무시무시한 괴물로 단정 짓고 피하기 때문이다. 담장을 쌓은 것은 슈렉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었다. 슈렉이 홀로 지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이로 인한 상처 때문이다. 슈렉은 공주를 구하는 과정에서 동키라는 소중한 친구를 만나고 피오나 공주와의 사랑 또한 성공한다. 슈렉이 외모에 대한 편견을 물리치고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이 참 감동적이다. <슈렉>은 ‘아름다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지고 있다. 꼭 이목구비와 몸매가 빼어난 이들만이 아름다운 사람인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슈렉>의 중요한 장면인 결혼식 장면을 되짚어 보면, 우여곡절 끝에 슈렉과의 진정한 키스를 한 피오나 공주는 화려한 빛을 뿜으며 저주가 풀리게 된다. 피오나 공주가 이제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와 평생 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피오나 공주는 오거의 모습으로 정착하게 된다. 피오나 공주는 당황하며 왜 자신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그때 슈렉은 그녀에게 대답한다. “당신은 지금도 아름다워”. 통속적으로 생각하는 미인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지금 그녀의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고 하는 슈렉. 그가 옳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순간, 날씬한 몸매에 배어난 이목구비를 당연히 아름다운 공주라고 생각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울리고 큰 가르침을 주는 작품들이 정말 많이 있다. 영화 <슈렉>도 그렇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외형으로 누군가를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아름다움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훌륭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많이 탄생하여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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