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현의 정치/시사 칼럼 12] 악마의 대변인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Advocatus Diaboli), 가톨릭교회에서 특정 인물을 성인으로 추대하는 과정 중 그릇된 추대를 막기 위해 시성 반대를 고수하는 직책을 의미한다. 시성 청원인들은 악마의 대변인에 맞서 시성 대상자를 방어해야 한다. 대개는 가톨릭교회 사제들이 이 직책을 수행하지만, 세속 학자나 무신론자에 의해 수행되기도 한다. 일례로, 테레사 수녀의 시성을 앞두고 당대 무신론자의 대표 격인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악마의 대변인을 수행했다. (참조 = 성인 테레사 수녀, '또다른 얼굴' 주장 왜 자꾸 나오나, 아시아경제, 2016.09.07. 김희윤 https://www.asiae.co.kr/article/2016090516014691616)

 

이러한 악마의 대변인은 그 의미가 확장되어 ‘고의로 반대를 취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방적인 처리가 불가능하도록, 일방적 처리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도록 마련한 안전장치인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존 스튜어트 밀이 자신의 저서인 ‘자유론’에서 주창한 반론의 자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준칙으로서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절대 조건이다. 전능하지 못한 인간은 이것 외의 방법으로는 자신이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합리적 보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저)

 

악마의 대변인이 시사하는 바는 ‘반대’의 중요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해당 정책이나 결정의 온전한 수립과 성공을 위해서는 반작용이나 부작용 등을 점검하는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검증 절차를 거침으로써 해당 결정의 타당성과 합목적성, 안정성 등을 갖출 수 있다. 

 

반대의 부재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별히, 정책을 발표하기 전 언론을 통해 민심을 살피고 여론의 향방을 통해 정책의 가부 여부를 결정하는 현 세태를 바라볼 때면, 반대의 중요성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 내부 논의를 통해 정책의 반작용, 부작용 등을 검토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검증하는 과정은 뒷전이고, 오직 여론만을 생각하는 양상은 한숨을 불러일으킨다.

 

지금까지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직책을 통해 반대의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임기 중 대통령은 정치로 평가받지만, 임기 후 대통령은 정책으로 평가받는다.’라는 말처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책 수립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정치로 성공한 대통령이 아니라, 정책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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