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현의 정치/시사 칼럼 11] 전쟁과 평화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시점, 혹은 그 이전부터 전쟁은 계속되었다. 혹자는 전쟁의 표면적 방식, 혹은 양상이 변화하였을지는 몰라도, 전쟁 자체는 계속되었다고 주장한다. 소규모의 무력충돌부터 심각한 수준의 사상자를 낸 전쟁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전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7월 15일 자 외교부의 여행 금지 국가 목록에 따르면, 총 7개국 중 6개국(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 등)이 전쟁(혹은 내전)으로 인해 여행 금지 국가로 선포되었다. 해당 6개국의 전쟁(혹은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는 4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누리집. 참조. http://www.0404.go.kr/dev/issue_current.mofa?level=ban)

 

이렇게 계속되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인류는 전시국제법(전쟁법, 국제인도법)을 마련하고 유지, 개선했다. 인도주의 정신에 의해 맺어진 전시국제법은 전쟁 중 각 국가의 행위를 제한하고, 민간인의 자유 및 권익, 생명 보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전시국제법은 전쟁의 정당성을 구별하는 전쟁 도덕과 전투 중 행위의 도덕성에 관한 전시 도덕을 아우르는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에서 인도주의란,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에서, 인류의 공존을 꾀하고, 복지를 실현하려는 사상”을 의미한다. 즉, 일반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인간성)과 가지각색의 인간적 현상에 관심과 애정을 안고, 인간의 특수성에 고유의 가치와 존엄을 인정하여 비인간적인 것에 대하여 그것을 옹호하려는 태도 내지는 의향을 일컫는다. 실제로는 인종·국적·종교의 여하를 불문하고, 사회적인 약자나 곤궁한 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운동으로 나타난다. (「인도주의」, 두산백과.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36129&cid=40942&categoryId=31500)

 

한편, 사상가의 입장에서 인도주의를 살펴보자.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예비조항과 확정조항을 통해 ‘영구평화’라고 불리는 국제적 평화 질서(평화연합)를 구상하였다. 이는 휴전과 평화조약을 모두 초월하는 개념이다. 국내적으로는 각 나라의 헌정질서와 시민적 평등에 입각한 민주제, 국제적으로는 세계시민법을 요구하는 평화연합은 후대에 이르러 ‘사해동포주의적 인도주의’ 연합으로 불린다. 여기서 사해동포주의적 인도주의란 이성을 공유하는 전 인류를 같은 동포로 여기는 것으로 절대적인 박애주의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즉, ‘영구평화론’ 속 칸트의 사상에는 전반적으로 인도주의적 요소가 스며있다. 한편, 롤스의 ‘만민법’은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직접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기초적인 인권 보장과 고통받는 나라들에 대한 원조”등의 인도주의적 요소가 만민법에도 고스란히 존재한다. 이렇듯, 칸트와 롤스의 사상에서 인도주의를 엿볼 수 있다. (정태욱(2018). 롤즈의 만민법과 한반도 ‘평화와 인도주의 연합’. 법철학연구(한국법철학회), 21. 429-430 참조.)

 

전쟁에 대한 국제법적 고찰은 ‘무엇이 정의로운, 혹은 정당한 전쟁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인 ‘정의 전쟁론’에서 출발하였다. 정의 전쟁론은 어떠한 전쟁이 정당하고 부당한지를 구분하기 위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에 대해 잘못에 대한 보복과 방위를 위한 전쟁을 제시하였다. 또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군주의 정당한 권위와 올바른 의도, 정당한 원인을 정전(正戰)의 요건으로 보았다. 국제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로티우스는 자기 방위,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 및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전쟁의 정당화 요인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전론적 전시국제법에 대한 논의는 주권국가 체제가 확립되고, 개별 국가의 독립과 평등이 강조되면서 점차 힘을 잃었다. 한편, 19세기에 이르러 법실증주의가 확산하면서, 전쟁 원인의 정당성보다는 전쟁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절차와 전투의 수단ㆍ방법 등을 규율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현존하는 전시국제법은 전쟁 자체의 정당성을 논하는 전쟁 도덕과 전쟁 도중의 정당성을 논하는 전시 도덕을 절충하여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전적 전시국제법과 19세기 무렵 성행한 근대적 전시국제법을 아우르는 의의를 지닌다.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누리집. 참조. https://www.redcross.or.kr/ihl/introduce/introduce_ihl.do?action=concept)

 

지금까지, 인도주의와 전쟁법을 살펴보았다.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전쟁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꾸준히 지구상 어딘가에서 발생할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흘러가게 하는 한 요소인 전쟁은 우리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불가피성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그 불가피한 전쟁의 과정에서 발생할 해악을 최소화하는 것은 인간의 과제이자 의무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시국제법이 보기 좋은 허울에서 그치지 않고, 진정 인도주의 정신을 실현하여 전시 도덕과 전쟁 도덕을 준수하는 것임을 선언하며 이 글을 맺는다.

 

□ 참고 문헌

고등학교 국제법 교과서, 인천광역시 교육청.

고등학교 국제정치 교과서, 부산광역시 교육청.

김명기(2008). 국제인도법의 포스트모더니즘화에 관한 연구. 인도법논총(인도법연구소), 28, 3-20.

대한민국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누리집. http://www.0404.go.kr/dev/issue_current.mofa?level=ban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누리집. https://www.redcross.or.kr/ihl/main/main.do

박정원(2014). 국제적 정의에 관한 소고; 롤스의 만민법을 중심으로. 법학논총(단국대학교), 38, 311-335.

손철성(2018). 국제적 정의관으로서의 롤스의 만민법에 대한 고찰: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대립을 중심으로.

윤리교육연구(한국윤리교육학회), 47, 283-313.

성재호(2010). 국제인도법의 최근 동향. 인도법논총(인도법연구소), 30, 159-178

안준형(2018). 국제인도법상 무력충돌의 유형과 그 적용. 국제법학회논총(대한국제법학회), 63(4), 403-441.

오시진(2019). 국제인도법의 역사적 배경. 동아 법학(법학연구소), 86, 225-253.

「인도주의」,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36129&cid=40942&categoryId=31500

정세종(2014). 국제인도법상 ‘인도주의 원칙’. 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석사학위논문).

정태욱(2018). 롤즈의 만민법과 한반도 ‘평화와 인도주의 연합’. 법철학연구(한국법철학회), 21, 40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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