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공간’과 ‘장소’이다. 비슷한 단어 같지만, 공간과 장소의 차이를 구분하려는 학술적인 노력이 계속된 만큼 우리가 둘을 혼동해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관련된 칼럼을 쓰면서 공간과 장소라는 단어 사용 경우를 헷갈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간 칼럼을 읽는 독자들 또한 칼럼의 이름을 보고 '왜 장소 칼럼이 아닌 공간 칼럼이지?'와 같은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번 칼럼을 통해 공간과 장소를 정의하고 그 차이를 함께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나아가 공간의 장소화, 장소의 유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간과 장소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사전적 정의를 통해 살펴보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공간’을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첫 번째로 나오는 뜻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다, 그 뒤로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물질이 존재하고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어떤 집합에서 그 요소 사이 또는 그 부분 집합 사이에 일정한 수학적 구조를 생각할 때, 그 집합을 이르는 말’, ‘시간과 함께 세계를 성립시키는 기본 형식’이라는 의미가 뒤를 잇는다.1 이 말들을 종합해볼 때, 결국 공간은 ‘아무것도 없으나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장소’의 사전상의 의미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이다.2 공간은 아무 것도 없는 곳, 장소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공간과 장소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몇 가지 예를 통해 공간과 장소를 구분해보자. 우리는 공간과 장소라는 말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 우선 ‘채우다’의 목적어가 될 수 있는 단어는 장소가 아닌 공간이다. 우리는 ‘공간을 채우다’라는 표현을 쓰지, ‘*장소를 채우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어떠한 물리적 물체가 떨어져 있을 때, 물체와 물체 사이에 공간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 장소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철수와 영희가 A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A는 약속 장소인가, 약속 공간인가? 우리는 보통 약속 장소라는 말을 쓴다. 이제 조금 공간과 장소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공간이 비어있는 곳이라면, 장소는 이 공간에 사람이 결합하여 사람의 정신, 관계 등이 담긴 곳, 즉 인간의 경험이 담긴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의 장소화
이처럼 공간과 장소에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공간이 많은 것이 좋을까, 장소가 많은 것이 좋을까? 우리 사회에는 공간보단 더 많은 장소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곳,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걸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사람들이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곳은 바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간을 공간에서 장소로 나아가게 하는 데 우리는 힘써야 한다. 침실을 잠을 자는 ‘공간’에서 오락 기계가 있는 자신만의 오락 ‘장소’로 변화를 시키거나, 편의점을 물건을 사는 ‘공간’에서 안심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변화시키는 것 등이 공간을 장소로 변화시킨 예이다.
다른 사람의 장소 보존에도 신경 쓰자
장소 생산뿐만 아니라 우리는 장소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장소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장소가 사라질 수 있다. 2018년, 서울시 아현동 30대 남성이 한강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재건축 지역에서 강제집행으로 집에서 나와 노숙 생활을 하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남성의 장소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었다. 이것이 당연한지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소의 생산과 유지가 적절히 조화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 인용: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397726&searchKeywordTo=3
2. 인용:
[공간 칼럼]은 인간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을 이야기합니다. 인간 삶에서의 공간의 의미를 탐구하고, 공간과 관련된 각종 논의 및 사안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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