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유의 학생자치 칼럼5] 학생자치회 활동엔 교사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사와 학생의 협력으로 만들어 나가는 학생자치활동


 

 

여러 학생자치활동을 살펴보면, 학생자치회 임원들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신들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들의 노력과 능력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교사와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 학교 내에서 의견이 관철될 만한 목소리를 가지고, 학생자치회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왜 교사가 맡아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20세기의 교사집단은 학생들에게 명령과 통제를 내리는 권위적 집단에 더 가까웠기 떄문에 학생자치활동은 당연히 발전하기 어려웠다. 관제문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민주성과 자율성은 온데간데 없고, 성적 순으로 교사가 시켜서 반장을 하는 시기가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을 거쳐오면서 그러한 경향성은 더 짙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학생자치에 관한 의식들이 싹트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학생 인권 의식까지도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학생자치가 발전할 수 있는 의식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자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공직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책임이다. 왜냐하면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사고를 미리 걱정하는 이유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책임의 소재를 가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공무원 사회에서 혁신과 변화, 발전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한계가 있다. 학생자치회는 학생들이 이끌어나가는 모임이지만, 학교라는 조직의 구조상 교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학생자치회가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보인다해도 일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자치회가 어떠한 활동을 하고자 할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혹은 여러 부서에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이 많을 것이다. 갖가지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서는 교사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물론 그들의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안전사고를 책임지고 또 조심해야 할 역할도 교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갖가지 사유를 가지고서 학생자치회의 활동을 계속 불허한다면, 학생자치회도 교사도 전혀 발전할 수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조심해서 도전하는 것만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학생자치회와 교사는 타협을 봐야 한다. 학생자치회는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면서, 교사는 안전의식과 학교폭력 등 학교 내의 여러 난관을 뚫어가는데에 집중하면서 서로에게 한 발짝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단순하게 정당한 사유 없는 "불허"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여러 부서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나 복잡하다는 이유로, 학생이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바탕에 둔 불허는 본질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는 학생자치회가 여러 교사들에게 타당성을 알려 도움을 청하는 방법과 법적 근거나 행정적 지침 등 공무원 사회에서 통용되는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한다면 담당교사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의 현실은 '교사 개인들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공무원 사회의 제도적인 특징에서 기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하나의 행사를 주최하고 주관하기 위해서 여러 결재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난관을 뚫어야 한다.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 외의 여러 가지 많은 업무의 피로도가 이미 높아져 있는 교사들은 이러한 혁신적이고 쇄신적인 변화를 꾀 하는 것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교사와 공무원 집단의 특성이라 하더라도, 교사 개인이 노력하지 않는 한 변화와 쇄신의 학생자치회는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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