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 COVID-19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에피소드?

----- COVID-19 진료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을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든 게 덕분입니다. -----

 

끝난 줄 알았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류축르입니다. 다시 돌아왔다는 말도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지네요. 제 얘기 길게 해봐야 논점만 흐려질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몰아온 공포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그 상황이 악화되자 스포츠계에서도 방역 태세에 돌입하였는데요. K리그와 같이 춘추제를 택한 리그는 3월 예정이었던 개막을 연기했고 프리미어리그와 같이 추춘제를 택한 리그들은 같은 시기를 기점으로 모든 경기를 중단시켰죠.

 

그렇게 3개월 동안 올 스톱(all-stop) 상태였던 축구계가 지난 5월, (재)개막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지난달 초, 전 세계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으며 철저한 방역 매뉴얼 아래 대한민국의 K리그가 당당히 개막했고 유럽 5대 리그 중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가 지난달 16일 가장 먼저 시즌을 재개했으며 스페인 라리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프랑스 리그앙이 시즌을 재개치 않고 일괄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많은 축구팬들의 아쉬움을 샀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아 A가 연이어 재개 소식을 알려왔기에 축구팬들의 가슴은 충분히 설렐 수 있었습니다.

 

비록 무관중 (재)개막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이러한 대혼란의 상황 속에서 시즌을 개막한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류축르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축구 이야기를 나누고 리그별 올 스톱 되기 이전 상황을 리마인드하며 (재)개막에 임하는 바람직한(?) 축구팬의 자세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K리그) "야 K리그가 이걸?"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맞대결로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1 2020 공식 개막전은 무관중으로 개막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번 시즌 새로 선보인 K리그 미디어 센터에서 영어로 코멘트한 개막전 영상은 축구 종가 영국의 BBC를 비롯하여 전 세계 36개국에서 스트리밍 방송되었고 개막전 현장에는 국내외 취재진 100여 명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개막 자체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프로연맹이 도입한 코로나19 관련 매뉴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겠는데요. K리그의 이 대응 매뉴얼은 외신을 통해 'K-방역' 등의 이름으로 전파되며 전 세계 리그 재개의 본보기 역할을 하였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정부 지침을 바탕으로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고 나아가 각 구단의 의견을 취합해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경기장 내외 이동 동선에서의 철저한 방역과 발열 검사는 물론 경기 중 과도하게 침을 뱉거나 코를 푸는 행위, 물병이나 수건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행위까지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이번 매뉴얼 발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야말로 전 세계 리그 (재)개막의 기준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분데스) 유럽 5대 리그 중 가장 빠른 개막

'의료 선진국'이라는 자국의 명성에 걸맞게 국가적 방역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해온 덕분에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럽 5대 리그 중 가장 먼저 리그 재개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장기간 시즌이 중단되며 재정적 위기에 봉착, 노동법 문제에도 직면하게 되며 빠른 재개가 절실했던 분데스리가는 개막 전 진행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등 1천7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잠깐 재개에 적신호가 켜지는듯했지만 적절한 조치와 방역으로 지난달 16일, 성공적으로 개막 재개를 이루어 냈습니다.

 

# 라리가) 이게 진짜 축생(生)축사(死)

스페인 라리가의 재개가 갖는 의미는 엄청납니다. 매스컴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스페인 정부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외출을 제한하는 외출 금지령을 내렸고 국민들은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스페인의 상황에서 라리가 개막이 갖는 진정한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서상원 라리가 한국 주재원은 라리가 재개를 "축구는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스페인 국민들에게 하나의 콘텐츠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 "이라고 표현하며 리그 재개가 갖는 의미를 드러냈습니다. 

 

대부분은 프로스포츠 경기가 재개되면 혹시나 또 다른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하기 마련인데 라리가는 국민들이 외출 금지 기간 동안 축구라는 콘텐츠를 통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 정말이지 그들의 삶이 '축생(生)축사(死)'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이렇듯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스페인 국민들의 마음과 그 마음을 읽은 라리가와 RFEF의 열정이 재개를 일궈낸 가운데 라리가는 지난 11일 치러진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의 안달루시아 더비를 시작으로 7월 19일 시즌 종료라는 목표 아래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 리그앙) "안전 우선. 안돼 끝끝끝!" vs. "누구 맘대로 끝이냐?"

프랑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하원 연설을 통해 "9월 이전까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할 수 없다."라고 선언했습니다. 9월까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리그앙이 이번 시즌 자체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음을 뜻하는데요. 이에 프랑스 프로축구연맹(LFP)은 리그 조기 폐막을 공식 선언하고 종료 시점에서 선두로 달리고 있던 파리 생제르맹을 19/20시즌 우승팀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리그 조기 폐막을 선언한 LFP의 결단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옳은 결정임에는 사견이 없을듯합니다. 하지만 여기 아쉽고 딱한 처지에 놓인 팀들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리그 조기 폐막 시점에 5,6,7위를 달리고 있던 OGC 니스, 스타드 랭스, 올림피크 리옹이 바로 그 불운의 대명사들인데요. 리그앙에서는 1,2,3위가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하고 4위가 유로파리그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19/20시즌, 운명의 장난이라도 되는 것일까요? 조기 폐막 시점에서 4위 릴과 7위 리옹의 승점 차는 고작 7점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올림피크 리옹은 그 아쉬움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리그앙 7회 우승 경험을 앞세워 1997년 이후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전하지 않은 시즌이 없던 리옹은 이러한 상황에 분노를 표하며 "우리 리옹은 이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손해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입장을 표명하며 법적 조치 가능성을 내비치기까지 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생각하며 내린 최우선의 결정인데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불상사를 그 누가 예상했을까요? 이후 리옹은 조기 폐막에 반발하며 조기 폐막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인 최하위 강등팀 아미앵, 툴루즈와 함게 파리행정법원에 이의를 신청한 바가 있습니다만 결국 기각되는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리옹의 안타까운 소식이 축구팬들의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하는 한편, AFP 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 제한 조치 단계적 해제를 근거로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컵 결승전의 유관중 진행 가능성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이 드디어? 맨시티가 이걸?

프리미어리그(이하. PL)는 이번 시즌 92경기를 남겨둔 채 중단되었습니다. 득점 선두 리버풀은 승점 82점으로 남은 9경기 중 2승만 거두면 89/90시즌 이후 3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이고 그 뒤를 한경기 덜 치른 맨시티가 열심히 쫓아가는 구도였죠.

 

아직 9경기가 남긴했습니다. 그 아무리 축구가 아무도 모르는 스포츠이고 변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리버풀이 9경기 중 2경기만 승리하면 자력 조기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맨시티의 추격이 과연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수치적 가능성을 떠나 지난 시즌에도 아쉽게 우승을 놓친 리버풀과 맨시티의 우승 경쟁 구도가 리그 재개 이후 엄청난 이목을 주목시킬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한편 맨시티는 지난 18일 아스널과의 재개 첫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추격의 청신호를 점등하였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회학계와 의학계의 전망 가운데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가 축구로 진심을 호소하며 전쟁까지도 멈추었듯 축구는 항상 인류가 곤경에 처했을 때 중요한 역할들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철저한 방역과 예방수칙 준수를 기반으로 축구 문화가 '축구'라는 가치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침체되어 있는 이 사회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 넣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는 이렇게 각국 프로리그가 조금씩이나마 (재)개막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료를 위해 혼신을 다하고 계실 의료진 여러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번 칼럼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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