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을 영어로 바꾸면 'tteedonggab','아민정음'을 아시나요?

K-pop 열풍과 함께하는 한글세계화 현상

국어국문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틈틈이 우리말에 대한 신문기사를 찾아 읽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민정음이라는 말을 발견했다. 많이 들어본 야민정음이 아니라 아민정음이길래 '오타인가?'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찾아봤더니 그것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pop과 함께 우리말이 전세계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새로운 문화형태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음악이 만국 공통어라고 하지만,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의 노랫말까지 음미하고 싶은 게 팬의 마음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좋아하는 팝가수들의 노랫말을 통해 영어를 배우기도 했다. 우리 세대 역시 '비긴 어게인'이나 '스타 이즈 본' 같은 음악영화에 삽입된 팝송을 통해 새로운 영어 단어를 접하기도 한다. 반면 외국에 살고 있는 K-pop 팬들은 BTS나 블랙핑크 등의 노랫말을 통해 한글을 접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아예 K-pop 스타들의 노랫말을 영어나 중국어 등 다양한 자국의 언어로 바꿔 올리는 Lyric(가사) 버전 영상이 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외국인들이 우리 노랫말을 자국의 언어로 바꾸는 '방식'이다. 우리 말 단어의 뜻을 자국 언어로 번역해 올리는 '의미 번역'이 아니라 우리 말 단어를 소리 나는 그대로 자국 언어로 바꿔 올리는 '소리 번역'을 하고 있었다.

 


기분 --> kibun
띠동갑 --> tteedonggab
소리질러 --> so-ri jil-luh

 

BTS의 팬들은 이러한 번역 방식을 '아민 정음'이라고 부른다. BTS 팬을 의미하는 '아미'와 훈민정음을 뜻하는 '정음'의 합성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아민 정음을 모은 'The K-pop Dictionary'라는 사전도 등장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말하고 있는 노랫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Fully understand what your favorite idols are saying." (K-pop dictionay 해설문구)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말하는 노랫말을 완벽히 이해합시다." (번역: 기자 본인)

 

사실 감성적인 노랫말에 실린 느낌까지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생소하다는 의미를 가진 우리말 '누구'를 영어로 어떻게 바꿔야 할까? 또 '눈치 없다'를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아미들은 이렇게 바꾸고 있다.

누구 = Nugu
눈치없다 = Lack of Noonchi 또는 No Noonchi

 

사실 '누구'라는 표현은 '듣보잡'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지만, 참신한 '신인'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조금 알려진 가수를 뜻하는 'Half-Nugu' 등으로 응용되고 있다. 우리말이 뜻 번역을 넘어 '느낌'까지 번역되고 응용되는 시대인 셈이다.

 

좀 더 다양한 '느낌 있는 우리말'을 노랫말로 쓰는 K-pop 아티스트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아울러 음악의 '가사'도 또 다른 '문학의 장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지난 2016년 팝스타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처럼 우리의 작사가들도 '작가'로 우뚝 서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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