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EPL 중간결산] 잉글랜드 특유의 롱볼 축구, 번리

코로나 19사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가 중단된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유럽에 퍼진 코로나 19 확신이 둔화하면서 최근 상황이 나아진 일부 국가는 리그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잉글랜드도 마찬가지로, 리그 6월 재개를 엿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리그가 재개되기 전까지, 축구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지금까지 이어진 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을 복습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첫 번째 시간으론 The Clarets(적포도주들)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고 잉글랜드 특유의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번리의 2019-20시즌을 뒤돌아보고자 한다.


번리의 2019-2020시즌

 

한정된 자원 속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

성적 : 11승 6무 12패(47.8%), 리그 10위
득점 : 34득점(12위), *1 xG 40.4(9위)
실점 : 40득점(10위), *2 xGA 40.5(12위)
*()는 리그 순위를 뜻함.
*1 xG(Expected Goals) : 기대 득점이라는 뜻으로, 슈팅 위치와 슈팅 상황을 고려하여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이다. 득점이 기대 득점보다 많을수록, 득점력이 뛰어나다는 것이고 적을수록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2 xGA(Expected Goals aginst): 기대 실점이라는 뜻으로, 기대 실점과 반대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슈팅을 허용한 위치와 상황을 고려하여

예상 스코어를 산출한 통계이다. 실점이 기대 실점보다 많을수록, 수비 또는 골키퍼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실점이 기대 실점보다 적을수록 수비 또는 골키퍼가 잘한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 번리가 해나가야 할 숙제는 산처럼 쌓여있었다. 지난 2018-2019시즌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중원의 *1부정확한 패스와 무의미한 점유가 가장 큰 문제였고, 유로파리그 병행으로 인한 체력 문제로 선수들이 지쳐 무너지는 모습을 지난 시즌 전반기에 많이 보여주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드와이트 맥닐이라는 윙어 자원을 발굴해냈다는 것을 제외하곤 없었다.

 

지난 시즌 리그 15위로 강등 위기에 처해있었던 번리이기에, 이번 시즌 변화가 필요했지만, 번리의 재정 상태는 심각하여 싼값에 제이 로드리게스와 에릭 피터스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고 대대적인 영입을 통한 변화는 어려웠다. 하지만, 리그가 중단되기 이전까지 리그 7경기 연속 무패 행진(4승 3무)를 달리고 있었고 리그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션 다이치 감독은 대대적인 영입이 아닌 어떤 변화를 주었길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 지 말이다. 지금부터 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번리는 이번 시즌 패스 성공률이 리그 전체에서 68.4%로 최하위이다. 점유율 또한 43.1%로 볼을 오래 소유하지도 못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완성도가 높아진 션 다이치의 롱볼 축구

 

우선, 션 다이치 감독은 자신의 클래식한 롱볼 축구를 갈고 다듬으며 변화를 주었다. 기존 번리의 전술은 수비 시 투톱이 통과되면 수비 라인을 내려 3선과 2선이 간격을 좁히며 수비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원래라면 짧은 패스 플레이를 포기하고 *1롱패스를 유도하는 게 전략이었으나, 선수 간격을 좁히면서 수비를 하게 되니 양 측면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팀들에게는 턱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술의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났고, 션 다이치 감독은 수비 라인을 하프라인까지 끌어올림으로써 1선과 2선의 간격을 유지했고 1선과 2선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사례로는 19/20 EPL 25라운드 아스널과의 경기를 예로 들 수 있다.

 

*1 번리의 선수인 타코우스키, 미, 우드로 이들의 19-20시즌 경기당 공중볼 경합 승리 횟수가 왼쪽에서부터 5개(7위), 4.1개(12위), 3.9개(17위)로 리그 최상위수준이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위 자료는 위에서 예시로 든 25라운드에서 번리가 아스널의 3선과 4선을 압박하는 상황을 표현한 자료로,

아스날의 3선과 4선의 부정확한 패스를 유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다. 실제로, 당시 귀앵두지와 자카, 루이스, 베예린은 3개의 *1 턴오버와 4개의 *2 디스포제스트를 허용했다. 그 덕분에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되었으나,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잡을 수 있었다. 재밌는 점은.이 경기 이후 번리는 단 한 경기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 턴오버(turnover) : 미식축구에서 유래된 말로, 볼을 놓치는 바람에 공격권을 내주는 것을 뜻한다.

*2 디스포제스트(dispossessd) : 공을 가진 선수에게 공을 빼앗는 것을 뜻한다.

 

브라운힐의 영입

 

좀 전에서도 언급했듯,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점은 중원의 부정확한 패스와 무의미한 볼 점유, 그리고 *1창조성이 없고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에서 한계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번리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자원이 코크와 웨스트우드, 그리고 우측면 미드필더로 고정되어있는 헨드릭밖에 없어 중앙 미드필더 자원의 영입은 필수적이었다. 션 다이치 감독은 이를 인지했는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레스터 시티 때부터 중장거리 패스와 넓은 활동량과 수비까지 가능한 드링크워터를 첼시로부터 6개월 임대해왔다. 기대와는 다르게, 드링크워터는 번리 소속으로 출전한 첫 경기인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패스 성공률 58%, 인터셉트 1회를 제외하곤 큰 활약도 없이 미미한 활약을 보였기에 완전 영입을 시도하지 않았고 결국 다른 선수를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자원인 브라운힐을 약 140억원에 데려오고, 브라운힐 영입의 일환으로 복귀한 나키 웰스를 브리스톨 시티로 보내게 되었다. *브라운힐은 현지에서도 활동량이 장점인 선수로, 공격 능력과 볼 배급, 수비까지 가능한 육각형 선수로 칭찬한 선수기 때문에, 번리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 whoscored에 따르면 브라운힐은 브리스톨 시티에서 통산 149경기를 출장해 16골 13도움을 기록했고 경기당 평균 48.1개의 패스, 패스 성공률 76%, 공중볼 경합 승리 1.6회, 태클 1.3회, 인터셉트 1.1회, 클리어링 1.3회, 키패스 1회, 롱볼 2.2회를 기록;했다.


번리의 키 플레이어

 

1. 제임스 타코우스키

그야말로 번리 수비의 핵이라고 볼 수 있다. EPL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타코우스키는 팀 내 수비 지표 대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태클 1위(49회), 공중볼 경합 승리 횟수 1위(144회), 인터셉트 1위(49회), 클리어링 1위(148회)이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벤 미와 상대 팀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위협적인 선수이다.

 

2. 크리스 우드

올 시즌 11골을 기록했고,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91cm라는 큰 키를 이용해 압도적인 제공권을 바탕으로 세컨볼 찬스를 만들어준다. 맥닐과의 최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으며, 세트 피스 상황이나 크로스가 올라왔을 때 상대 팀 수비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3. 드와이트 맥닐

 

번리의 크랙으로써, 드리블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점인 크로스를 바탕으로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우드와 최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으며, 션 다이치 번리 감독이 유스 시스템에 적극 관심을 두게 만들어준 선수이다. 현재 웨스트우드와 함께 어시스트 5개로 팀 내 최다 어시스트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 참조 : premierleague.com. whoscored.com,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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