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성의 학술 칼럼] 기후변화를 부정한다고?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음모

 

잘 알려졌다시피,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음모에 불과하다.’라고 믿는 기후변화 회의론자 중 한 명이다. 언뜻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있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그와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2017년에 영국 카디프대학이 실시한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의 인식 조사(EPCC)’에 따르면,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4개국의 전체 인구 중 약 10%는 기후변화에 대해 사람이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1

 

이 글에서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통해 반증하고자 한다. 사실적 현상은 주관적 주장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검증과 논리적 데이터 근거를 바탕으로 할 때 우리는 사실에 기반을 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유형은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들 중에서도 기후변화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전까지는 자신들의 생각을 크게 드러내고 있지 않다가 2009년에 ‘기후 게이트’ 사건이 일어나자, 음모론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기후 게이트 사건은 기후변화를 연구하던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이메일 여러 건이 유출된 사건이다. 여러 사이트에 유포된 이 이메일의 내용 중에는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관련 자료들을 은폐하고 조작하였다고 의심할 수 있는 내용도 있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과학자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연구비만을 위하여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기후학자들은 이 유출된 이메일들에 대해 매우 분노하였다. 그들은 이메일들이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만 앞뒤 단어가 편집되어 빠져나간 것이며, 기후변화의 회의론자들이 2009년 12월에 열린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를 망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2.  그리고 이는 과학자 대부분이 인정하는 과학적 이론을 뒤엎으려 하는 근거 없는 억지스러운 음모론이다. 과학자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과학적인 실험, 관찰을 통한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반증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확실한 증거로는 꾸준하게 지속되어 온 해수면 상승을 들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물이 뜨거워지면서 부피가 커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빙하의 해빙으로 얼음이 녹아서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의 상승은 GPS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 1970년대와 현재의 위성 사진을 비교하였을 때 북극의 얼음이 심각한 수준으로 녹았음을 알 수 있다3

 

또 기후 변화 음모론을 반증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그 유명한 킬링 곡선이다. 킬링은 1958년부터 하와이의 마우나로아에서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관측하였고, 그 결과 해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자료이다4. 기후변화 회의론자들 중 두 번째는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복합적인 요인들, 즉 태양 활동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온실효과가 지구를 데운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지만 온실효과가 다른 요인들에 비해 얼마나 지구를 많이 데우는지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는 수증기와 비교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정도는 아니라며 이산화탄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사람들을 비판한다5.

 

하지만 과학적 사실들과 비교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자들의 근거들은 과학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태양 활동의 경우, 태양 흑점의 활동은 11년 간격으로 변하는데 기후변화 그래프에서 11년 간격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변수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6. 수증기와 이산화탄소의 경우에도, 수증기는 대기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머무는 반면, 이산화탄소 기체는 대기 중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 축적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논쟁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왔고, 후에도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된다. 필자는 기후 게이트 사건뿐만 아니라 몇몇 정직하지 못한 과학자들 때문에 대부분의 정직한 과학자들의 논문이나 의견이 저평가되고 논란이 되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기만 하다. 지구온난화는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현실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논의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헤치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며,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현실을 교육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방법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이미 잘 알려졌지만,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가까운 거리는 자가용 차량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고, 안 쓰는 코드는 뽑는 등 알려진 사항들을 정확히 실천하기만 해도 기후 변화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교육적으로는 현재처럼 단편적이고 겉핥기식의 교육이 아닌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범지구적 문제이다. 이는 한 나라만이 나서서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가 시급하다. 또한, 각국의 정부는 나라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파리 협약이 체결되면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방안을 각 국가가 스스로 정하여 실천하게 되었다. 이에 따른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측면에서의 비판도 있었다. 첫 번째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2위로 상당량을 차지하는 미국이 협약에 참여하였다가 탈퇴하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약 탈퇴를 밝힌 것이다. 이로 인하여 파리 협정이 이른바 '반쪽 협정'이라는 비난이 많이 있었다7.  두 번째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본질적인 비판도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미국 항공 우주국의 과학자 출신이자 기후변화를 대중에게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앞장서는 제임스 한센은 이 협약에 대해 "행동이 없고, 약속만 한다"며,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세금을 가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효과가 너무 강하여 뒤집을 수 없기 전에 억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였다8.  이처럼 국제적으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말뿐인 조약보다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강력한 처벌과 규제방안으로 실질적으로 지구를 구해낼 수 있는 조항이 간절히 필요하다.

 

우리는 후손들의 지구를 잠시 빌려 쓰고 있음을 잊지 말자. 

 

 

[참고 혹은 인용 자료 출처]

1. 참고: 기후변화는 음모?-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521100007

2. 참고: https://www.reuters.com/article/us-solveclimate-skeptics/hacked-climate-emails-called-a-smear-campaign-idUSTRE5AO4TW20091125

3. 참고: https://news.joins.com/article/4349208

4.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Keeling_Curve

5. 참고: http://blog.daum.net/organiconion/11789182

6. 참고: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lobal_Temperature_Anomaly. svg

7. 참고: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7060158041

8. 인용: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5/dec/12/james-hansen-climate-change-paris-talks-fra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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