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은의 시(詩)사 칼럼] 지켜야 할 것은 건강만이 아니다

크릴 오일이 남극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겸손하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척 로퍼 (Chuck Roper), 자연이 들려주는 말 中

 

 

 

‘크릴 오일’을 알고 있는가? 인터넷 검색창에 크릴 오일을 친다면 ‘오메가3 함유량이 많음’ ‘혈관의 기름을 녹여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음’ 등의 소개 글을 볼 수 있다. 크릴새우에 함유되어있는 영양분을 쉽게 얻을 수 있고 효과가 크다는 홍보를 앞세워 인기 가공식품의 단상 위에 올랐다.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거론되는 크릴 오일은 과연 장점만 있는 식품일까?

 

크릴 오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극에 서식하는 크릴새우의 기름을 짜내어 캡슐 형태로 정제한 뒤 판매하는 제품이다. (크릴새우는 갑각류 새우가 아니고 플랑크톤의 일종이나 새우처럼 생긴 모양새 때문에 크릴 새우라고 부른다. 이하 크릴)식품 분류는 어유(魚油)이며 건강 기능 식품이 아니다. 광고에서 말하고 있는 효과 중엔 식품 안전품 의약처에서 입증받지 않은 것도 있다.

 

사실 크릴 오일은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식품이다. 위에서 말한 영양분들은 크릴 오일이 아닌 식품에서도 얻을 수 있다. 인지질은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달걀노른자에 많이 함유되어있고 오메가3은 등푸른생선에서나 견과류에서도 얻을 수 있으며 아미노산은 소고기 등에서 섭취할 수 있다. 물론, 위에서 거론한 식품들을 매 끼니 먹기 어려우니 편리하게 크릴 오일로 섭취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크릴 오일로 인해 남극 생태계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위와 같은 의견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크릴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한 종류이다. 남극 해양 생태계의 주요 먹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빙하 아래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생존하는 크릴은 지구온난화가 심해짐에 따라 빙하가 점점 줄어들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크릴 오일 생산을 위한 크릴 어획이 많아져 현재 크릴은 본래의 수보다 80%나 줄어든 상황이다.(중앙일보 유규철의 남극일기 인용https://news.joins.com/article/23497732)

 

크릴이 줄어듦에 따라 남극 생태계도 점점 휘청이고 있다. 남극에 사는 동물들의 새끼 번식과 생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여러 동물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남극 바다에 서식하면서 아마존 열대우림과 비슷한 양의 공기 생산을 하는 혹등고래도 먹이를 찾기 위해 점점 더 깊은 바다로 숨어가고 있다. 만약 크릴이 정말 사라지게 된다면 남극의 먹이사슬은 끊겨버리고 말 것이며 그것은 곧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어마어마한 파장이 몰려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남극조약체제는 까 밀라협약(CCAMLR, 남빙양 생물자원 보존 국제협약)을 통해 크릴의 어획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협의 당사국이 아니면 지키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크릴을 지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크릴 오일의 소비를 멈추면 된다. 

 

대부분 사람은 크릴 오일의 효과에만 집중한다. 크릴 오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크릴 오일로 남극의 먹이사슬과 생태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이 파괴한 지구 곳곳의 환경이 나중엔 인간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무분별한 크릴 오일 소비를 멈춰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자연이 자연 그대로일 수 있게 놔둔다면 인간과 자연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위에서 소개한 시가 말했듯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자연 속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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