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의 독서 칼럼] 증오가 만든 인간상, 프랑켄슈타인

 

 

'페르소나'란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자아'가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0370&cid=42617&categoryId=42617)  자아와 가면, 가면과 자아, 자신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 자신을 속이는 '페르소나'일지, 알면서도 속고 있는 '자아'일지, 어쩌면 그 안과 바깥을 구분할 수 없는 것이 현대 사회이다. 사회적 인간, 혹은 사회화가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메리 셸리의 괴기소설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우리는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프랑켄슈타인’ 하면 흉측한 괴물을 떠올려, 괴물의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몇 년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자연철학에 빠졌던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하여 생물을 창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완성한 생물은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을 내버려두고 떠나는데, 깨어난 괴물은 창조주가 자신을 만들었음에도 증오하고 떠났다는 데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뿐만 아니라 인간을 향한 복수심을 키우게 된다. 끝내 두 사람은 만나게 되고 괴물은 반려자를 요구하지만, 박사는 또 다른 괴물을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는 생각에 빠져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괴물은 끊임없이 박사 주변 사람들을 살해하고 박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자신도 몸을 태워버리겠다고 말하고 사라진다.

 

필자는 프랑켄슈타인을 사회에 존재하는 하나의 인간상으로 보았다. 독자들이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이미지가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고, 괴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소설인데 왜 작가는 제목을 ‘프랑켄슈타인’으로 했을까. 자연철학은 자연 현상의 바탕이 되는 형이상학적 원리를 연구하며, 자연 과학인식의 기초와 그 근본을 밝히려는 철학을 말한다. 자연과학의 선구자 역할을 한 자연철학은 우주, 물질, 인과성 등 인간 생활의 모든 것들을 대상으로 자연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였다. (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19975&cid=60277&categoryId=60277) 작중 모든 일은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믿음에 빠진 물리학자의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물리학자로부터 굉장히 대단한 실험과 연구처럼 그려지지만 사실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가지는 호기심은 어떤 형태로든지 나타나기 마련이다. 단순히 머릿속을 스쳐 가는 질문처럼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위험한 욕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호기심이라는 단어는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예를 들어 필자는 어려서 키가 작았을 때 안방에서 침대를 등지고 서서 뒤로 점프해서 착지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호기심으로 인해 다칠 뻔했던 적이 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경우 자연 연구에 대한 호기심이 실현의 욕망으로 나타났다. 그게 어쩌면 해결되지 않는 자연현상, 자신의 욕망을 향한 증오와 불평도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는 가정을 해본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증오가 또 다른 증오를 나은 셈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호기심은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작가가 제목을 ‘프랑켄슈타인’으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곧 증오가 만든 증오, 괴물인 것이다. 독자들이 ‘프랑켄슈타인’ 하면 괴물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임과 동시에 작가가 의도한 설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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