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연의 시사/심리 칼럼] 잘못된 교육, 반복되는 비극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에서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은 범인이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에서 여성'이 행한 무시를 이유로 불특정 여성을 살인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에게 무시당해서'라는 확고한 범행동기를 가지고 행해진 사건인 만큼 이에 대한 문제가 중해지면서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논란이 사회를 휩쓸었었다.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을 향한 처벌과 젠더 인식 교육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며 일단락이 되었다.

 

그리고 2020년 2월,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의 성 착취를 거행하던 N번방 사건이 다시 우리 사회에 떨어졌다. 2019년 2월부터 시작해 여성을 '노예'로 칭하며 이에 대한 음란물 제작과 유포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다.

 

올해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4주기가 되면서 많은 운동가와 여성단체들이 여성을 함부로 여기고 착취했던 n번방의 처벌을 촉구했다. 그들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려면 성 착취 범죄에 참여한 남성들이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게 해야 한다"고 외치며 N번방 사건에 대한 문제를 다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부상시켰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82/0001003012)

 

이렇듯 비슷한 성폭력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가해자에 대한 약한 제재를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성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공교육 성교육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 처음 시작하여 고등학교, 혹은 성인 때까지 계속해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과연 이 성교육이 올바르게 행해지고, 그 결과가 성범죄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성교육'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호다. 그리고 피해자가 말해야 하는 구호다. 학교 성교육에서는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한 피해자가 제대로 방어하고 거부하지 못하면 성범죄로 인정받기 어려우니 가해자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피해자가 힘차게 반항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피해자에게 성폭력의 위험성과 방어 방법, 범죄가 되는 피해자의 거부 정도를 명시하는 성교육은 정작 가해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부실한 현행 성교육은 결국 의미를 상실했다. N번방 사건의 주도자 중 20대 조주빈(박사), 10대 강훈(부따)과 이모군(태평양). 총 가해자의 31.2%를 차지하는 10대와 41.8%를 차지하는 20대와 같은 어린 연령층은 이러한 성교육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2009년 이후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았던 보건 교과서, 학교와 교사에 따라 천차만별인 성교육의 양극화 역시 부실한 성교육과 얕은 성 의식을 뒷받침한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318511)

 

 

 

 

성교육은 이제 구세대에서 탈피할 필요성이 있다. 성적으로 접근하는 미디어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법, 가해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진정한 '인권교육'이 바로 성교육이 나아가야 하는 최종적인 방향성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의무적인 15시간이라는 성교육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3356357)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대상으로 규제하고 그들에게 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이상 성범죄에 대한 위협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N번방 사건이 화두에 오르며 이를 방지하는 법안이 계속해서 개정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에서 형량을 높이고, 형법 개정안에서 미성년자 강간 연령 기준을 높이고, 디지털 성폭력을 막기 위한 법안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성교육과 같이 가장 근본적인 성폭력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해 처벌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성'에 대해 처음 눈을 뜨기 전부터 배우는 성교육. 더 이상 피해자가 맞서야 할 행동 강령을 읊는 것이 아닌 잘못된 '성'에 대한 문제점과 올바르고 자세한 '성'을 배우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을 막는 것은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진 피해자들의 강력한 거부가 아닌 잘못함을 인지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가해자와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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