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문화 칼럼 2] 영문학 명작 산책: Catcher In the Rye by J.D. Salinger

-완벽한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줘, 어쨌든.

 

 

한글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 제목만 보고는 전원적인 얘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전원, 옥수수밭, 농부 이런 것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이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goddamn, sonuvabitch, freakin’, corny, phony 같은 비속어의 빈번한 이용 때문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도 읽었을 때 동어 반복도 굉장히 많고, goddamn, ~~and all, corny만 책에서 농담 안 보태고 50번씩은 나오는 듯하여 상당히 놀랐다.

 

홀든은 가는 학교마다 전부 퇴학당하는 문제아이다. 이번에도 성적 미달로 퇴학처분을 받고 퇴소를 4일 앞둔 날, 홀든은 룸메이트 스트레들러가 자신의 옛사랑과 밤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룸메이트와 몸싸움을 하게 된다. 그 후, 불쾌감과 이유 없는 지루함에 둘러싸여 홀든은 예정보다 일찍 기숙사를 나와 뉴욕시를 돌아다니기로 결정한다. 뉴욕시를 계획 없이 돌아다니며 홀든은 바에 들러 여성들과 춤을 추려다가 실망을 하거나, 호텔의 벨보이에게 돈을 갈취당하는 등 어른 세상의 어두운 면을 경험한다. 홀든이 그 와중에 느끼는 것은 끊임없는 혐오감과 지루함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Lorde의 <Perfect Places>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Cause I don't know (왜냐면 나는 모르거든)I

f they keep tellin' me where to go (그들이 계속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한다면)

I'll blow my brains out to the radio, oh (나는 라디오를 향해 내 머리를 날려버릴 거야)

All of the things we're taking(우리는 술을 마시고 약을 해)'

Cause we are young and we're ashamed (우리는 젊고, 수치스러우니까)

Send us to perfect places (우리를 완벽한 곳으로 보내줘)

All of our heroes fading (우리의 영웅들은 모두 스러져가)

Now I can't stand to be alone(그리고 나는 혼자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어)

Let's go to perfect places (완벽한 곳으로 가자)

What the f**k are perfect places anyway?(어쨌든, 그 빌어먹은 완벽한 곳이라는 게 뭐야?)

 

Perfect places의 가사 일부, AZlyrics.com

 

홀든 역시 주변 어른들의 조언에는 이골이 나 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주변 인물들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술을 진탕 마시고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줄 곳을 찾아 헤맨다. 홀든은 어른이 되며 어릴 적의 순수를 잃는 것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홀든은 그와 상반된 행동을 자주 하며, 소위 말하는 ‘어른의 흉내’를 내려고 무던히도 노력한다.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이 어릴 적 추구하던 순수를 되찾을 길은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는 이미 사라졌기에, 홀든의 내면의 혼란을 해결해 줄 완벽한 공간은 없는 것이다.

 

홀든의 ‘완벽한 곳’을 찾는 방황에 많은 10대들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이틴은 애매한 시기이다.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순수한 어린아이도 아닌, 중간에 끼인 시기.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처럼 행동하기도 하며 가끔은 내 주변의 어른들이 한심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너무 많은 것에 미숙한 나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어린 아이 때처럼 걱정 없이 웃거나 세상에 대한 기대만을 품기에는 너무 자라버린 나이. 홀든은 변해버린 자신을 바라보며, 아직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홀든은 어린 동생 피비를 지켜보며 책을 끝맺는다. 피비를 지켜보는 홀든이 행복함에도 어딘가 슬퍼 보이는 것은 왜일까.

 

문장 PICK

“I was trying to feel some kind of good-bye. I mean I’ve left schools and places I didn’t even know I was leaving them. I hate that. I don’t care if it’s a sad good-bye or a bad good-bye, but when I leave a place I like to know I’m leaving it. If you don’t you feel even worse.”

PG. 4

-헤어짐의 감정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다.  불량스러운 것 같아도 정이 많은 홀든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Anyway, I keep picturing all these little kids playing some game in this big field of rye and all. Thousands of little kids, and nobody's around - nobody big, I mean - except me. And I'm standing on the edge of some crazy cliff. What I have to do, I have to catch everybody if they start to go over the cliff - I mean if they're running and they don't look where they're going I have to come out from somewhere and catch them. That's all I do all day. I'd just be the catcher in the rye and all. I know it's crazy, but that's the only thing I'd really like to be.”

PG. 103

-책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인 이유이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압축되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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