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란 무엇이며,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페인트를 읽고

"아이 낳기를 꺼리는 이유는 혼인과 출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 탓도 있지만, 고용 불안으로 인한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 주거·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더 큰 원인” (출처: 제주의 소리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14017)

 

​​​​그렇다면 아이들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은 어떨까? 과연 그런 나라가 온다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까? 이런 내용을 담은 소설이 있다. 바로 내가 방학하는 동안 읽은 책 [페인트]이다. 

 

 

 

 

​페인트는 대한민국이 초저출산 시대에 이르렀을 때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거기에 더하여 아이들을 버리는 부모들까지 나오게 된다. 결국 국가가 내놓은 정책은 nation's children 즉, 국가가 아이를 보살핀다는 것. 이곳을 줄여서 NC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6살부터 부모 면접을 본다. NC 아이들 말로는 페인트, Parent's interview를 말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6살 이상의 아이들은 페인트를 통하여 부모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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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누 301은 NC에 들어와서부터 19세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부모를 선택하지 않는다.  20세가 되면 NC를 떠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NC, 국가의 아이들이라는 꼬리표가 생기면 사회에서 차별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선택하지 않는다. 부모가 생기면 'NC'라는 꼬리표를 감출 수 있지만, 부모가 있지 않으면 감출 수 없다. 그런 제누에게도 처음으로 1차 부모 면접을 통과하게 되는 사람이 나타난다. 2차, 3차에도 계속해서 만나며 호감을 쌓아간다. 하지만 3차에서 제누는 그들을 떨어뜨린다. ‘좋은 부모’가 아닌, 자신이 NC를 나온 이후 ‘좋은 친구’로 만나자며 말이다. 그리고 제누는 앞으로 모든 페인트를 일제히 받지 않는다. 오히려 NC 꼬리표가 달리면 차별받는 이 세상을 자신이 바꾸리라 결심하였다.

 

​우리도 경험하고 있어서 알 것이다.가족보다 친구가 나를 더 잘 안다는 것을. 어떨 때는, 아니 대부분은 가족보다 친구가 나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있고.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제누가 이들을 부모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친구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단지 ‘부모님이 있는 건 좋은 것이고 감사해야 한다.’라는 일차원적인 교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좋은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그리고 완벽한 자식도 없다. 또한 완벽한 사람도 없다. 서로가 부딪히고, 또 부딪히며 점점 서로 맞추어 나가는 것이다. 이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간도 마찬가지이다. 부딪히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중간에 멈추고, 그만둔다면 나쁜 관계가 된다. ‘너’를 잘 안다고, 너와 난 맞지 않는다고 ‘착각’한 채로 살아가서 결국 나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어떤 시대든 차별은 존재했다. 그러나 그 차별과 억압을 조금씩 부숴 나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발전이기도 하다.’ 제누가 책에서 한 말이다. 페인트는 좋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부수자는 교훈도 포함되어 있다. 바위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이 계속되면 바위를 뚫듯, 제누와 같이 보이지 않는 신분 피라미드 속 바닥 계층의 사람이더라도, 그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좋은 관계'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지 않을 수가 없다. 하물며 사람이 아닌 동식물, 곤충과도 관계를 맺는다. 우리는 살아오며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한 사람이라도 같은 사람은 전혀 없다. 그런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우리의 '다름'이 만나는 것이다. 우리의 그런 곳들이 만나서 부딪히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좋은 관계가 맺어질 것이다. 우리가 가족과 부딪히던, 친구와 부딪히던 그것은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인트처럼 각기 다른 색이 섞여 아름다운 색을 만들듯이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제누가 부모를 선택하고 NC에 대한 차별을 부수었다면 어땠을까’와 ‘앞으로 제누가 당할 아픔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내 마음에 존재하는 편견의 눈초리라고 생각한다. 정말 제누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제누의 그러한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응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가 차별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는 편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다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 주장을 따라가는 사람이고, 차별을 깨지 못하고 다수의 사람과 같이 차별의 벽을 칠하고 있었다. 내가 앞서 생각한 것은 차별을 부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지, 정말 차별을 부수고 싶어 한 생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마음속 차별을 깨부수어야 나 또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제누처럼 내가 손가락질받고 침 뱉음 당할지라도 당당히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주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가장 많이 느끼게 된 것은 ‘좋은 관계’에 대한 것인데, 좋은 관계란 결국 ‘사랑’이 전부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랑하면 부딪힌다. 하지만 부딪힘으로 끝나지 않고 나의 모난 곳을 ‘너’를 위해 다듬는다. 그리고 다시 부딪힌다. 다시 모난 곳을 다듬는다. 이것이 반복되며 결국 서로는 좋은 관계가 가능해진다. 내가 아닌 너를 위해, 정말 기쁨으로 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게 바로 사랑이고 좋은 관계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말이다. 하지만 나의 지금까지의 삶을 살펴보면 전혀 아니다. 나쁜 관계에 놓여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다시 부딪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좋은 관계에 놓이게 된 사람은 누구일까? 나쁜 관계의 사람들만큼이나 많으니 딱 한 명만 이야기를 하겠다. 바로 내 친구 지빈이이다. 그렇다. 지빈이와는 정말 많이 부딪혔고, 또 지금까지도 부딪히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지빈이를 위해, 지빈이는 나를 위해 행동한다. 정말 좋은 관계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요즘 세상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의 눈초리가 존재한다. 겉으로는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나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나와 같은 청소년들은 이런 관계에 더 신경 쓰고 더 예민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우리가 힘쓰고, 좋은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모두가 다시 분주해졌겠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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