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의 맛있는 IT 칼럼] #10 보안 뒤에 숨은 어둠의 손

추악한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보안 뒤에 숨어 비밀리 진행되었다.

 

 

 

 

텔레그램 n번방 혹은 박사 방 사건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텔레그램 n번방, 박사 방 사건은 보안이 강력한 것으로 유명한 텔레그램을 통해 성 착취물 영상 혹은 사진이 판매된 사건이다. 이러한 방을 운영한 운영진 '갓갓'이나 '박사'는 미성년자 16명이 포함된 74명의 피해자에게 협박하여 성인물을 촬영토록 하였고, '체험방' 부터 'VIP 방' 까지 차등을 두어 수억의 돈을 챙겼다. 운영진이 추악한 범죄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동안 피해자는 고통에 빠졌고, 일부는 목숨을 끊기도 하였다. 이러한 반인륜적인 범죄가 오랫동안,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진행되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보안'이 있었다. 강력한 보안을 자랑하는 텔레그램 뒤에 숨어 주기적으로 방을 폭파하는 등의 주도면밀한 증거인멸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었다.

 

정작 피해자는 지켜주지 못한 '보안'

 

강력한 보안이 가해자를 도왔다면 피해자도 돕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후에 n번방 피해자는 본인의 영상물이 삭제되고, 본인의 신상을 보호받으며 정신적인 치료를 받는 보호 조치가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선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만 쳐도 '피해자 신상', '피해자 사진'과 같은 2차 가해와 관련한 검색어가 표시되었다. 심지어 미성년자를 향한 '피해자 학교'와 같은 검색어 또한 존재하였다. 또한 성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에 'n번방'이 랭킹되기도 하였다. 가해자들은 촘촘한 보안 뒤에 숨어있을 동안 피해자들은 오히려 2차 가해를 당하고 있었다.

 

 

보안의 발달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처벌도 강화해야

 

"그래서, 보안이 필요 없다는 거야? 이번 사건은 보안을 악용한 사건일 뿐이야." 읽던 도중 이러한 생각이 든 독자도 존재할 것이다. 맞다. 이번 사건은 보안을 악용한 사건일 뿐이다. 그렇기에 보안을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칼을 들고 살인을 저지른 사건을 보고 칼이 잘못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보안을 이러한 반인륜적인 범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던 점들은 분명히 고쳐야 한다. 

 

우선 '갓갓'이나 '박사'처럼 정보통신망을 통해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정보통신망이 발전한 요즘 정보통신망을 통해 영상을 유포한다면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싶어도 삭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질 수밖에는 없다. 언제까지 '소수'만 볼 수 있고, 물리적으로 성폭력을 하지 않았다고 약하게 처벌할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만 더 강한 처벌이 이루어질 것인가? 그리고 2차 가해를 가하는 자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원이나 사생활에 대한 비밀을 누설하거나 인적 사항 등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 보호받아야 할 가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행위를 고작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2차 가해도 엄연한 가해이다. 즉 성폭력 범죄와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 

 

법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 그것도 미성년자를 향한 성범죄는 어떠한 말로도 이해할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이다. 그러니 국회에서도 내 주변 사람이 피해자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관련 법을 개정하는 노력을 해야하고, 플랫폼 또한 본인이 운영하는 플랫폼 내에서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노력이 빛을 보아 이러한 추악한 범죄에 대한 기사를 쓰는 일이 두 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

 

 

1) 국가법령정보센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및 제 50조(벌칙)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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