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생명과학 칼럼] 인간이 일으킨 6번째 대멸종

지구 생태계에서 육지, 해양을 포함한 전 생명 영역에서 70% 이상의 종이 사라진 사건을 ‘대멸종’이라고 한다. 지구 역사상. 우리에게 익숙한 백악기 말 대멸종을 포함하여 총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그런데, 학자들은 지구에 6번째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소행성 충돌에 의한 것도, 대규모 화산 폭발에 의한 것도 아닌 바로 인류에 의한 대멸종이다.

 

 

6번째 대멸종이 다름 아닌 우리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도 어렵고 믿고 싶지도 않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파괴만 보아도 대멸종에 대한 예측은 꽤나 근거가 있어 보인다. 또한 지구의 현 생태는 역대 대멸종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나 바다 생태계의 주축을 이루는 산호초의 소멸은 이전의 대멸종들과 현 상태의 중요한 공통점이다.

 

그렇다면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로 인해 어떤 생물들이 사라지고 어떤 생물들이 살아남을까? 먼저 최상위 포식자는 거의 대부분이 멸종할 것이다. 사자, 호랑이와 같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포식자는 그 수가 매우 적고 먹이사슬 아래단계 생물들의 멸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 또한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수가 이례적으로 많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설치류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활동량이 많거나 덩치가 큰 생물들이 사라질 것이다. 벌새의 경우 초당 50회에 달하는 날갯짓으로 꿀을 찾아다니는데, 2시간 동안만 꿀을 먹지 못해도 탈진 상태에 이른다. 이런 벌새는 서식지의 꽃의 수가 절반으로만 줄어들어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처럼 활동량이 너무 많으면 대멸종의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또한, 코끼리나 기린처럼 덩치가 큰 생물들은 다른 생물들에 비해 개체수가 적고 서식지가 한정되어 있어 쉽게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산소에 대한 적응력이 해당 생물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멸종에는 그 원인이던 결과이던지 간에 반드시 산소 농도의 감소가 동반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의 능력은 최고의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중생대 초기의 리트로사우르스는 다른 단궁류가 모조리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특별한 크기도, 속도도 없이 오로지 개체수와 폐의 능력만을 가지고 페름기 대멸종을 통과했다. 또한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의 차가운 물에 사는 민물고기나 동물성 플랑크톤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가 대멸종을 막을 수는 없나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대멸종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여긴다. 산소 농도가 감소하면 산소공장을 세우고 에너지가 부족하면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화성이나 다른 행성계로 이주를 가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우리의 과학 기술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한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대멸종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는 있겠다. 하지만 대멸종을 완전히 막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개체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최상위 포식자는 그 수가 극히 적기 마련인데.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이면서도 70억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개체수를 가지고 있다. 이런 엄청난 수의 구성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인류는 신석기 시대부터 농사를 해왔고, 현재에는 도심과 농경지가 숲의 면적을 압도한다. 숲, 특히 열대우림은 전체의 50%에 달하는 수많은 생물종의 거주지이다. 따라서 인구 증가로 인한 농경지의 확대와 숲의 파괴는 곧 수많은 종의 멸종으로 이어진다. 만약 인류가 어찌어찌하여 구석기 시대의 인구수로 줄어든다 해도 빙하기의 도래, 대규모 화산 폭발, 지구 자기장의 소멸, 먼 훗날 태양의 죽음 등으로 지구는 언젠가 다시 대멸종을 겪게 될 것이다.

 

 

인간은 대멸종 앞에서 한없이 약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리숙한 욕심으로 지구 생태계를 파멸로 이끌어왔다. 생태계의 파멸이 결국 인류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몰랐다니 참으로 멍청하고 후회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지구에 6번째 대멸종이 발생한다면 이는 분명 인간에 의한 것일 것이다. 우리는 대멸종을 막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이 종말을 늦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인간은 대멸종 이후 등장한 지적 생명체들에게 지구 대멸종의 주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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