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을 영화 칼럼 1] 영화 '소셜 네트워크' 속 인간 관계

 

2003년 하버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크'는 하버드 여학생들의 외모 평가 토너먼트 사이트를 만들어 유포하고 교내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이 해프닝이 계기가 되어 마크는 '윙클보스 형제'(다부지고 잘생긴 외모의 잘나가는 하버드 조정팀 듀오)로부터 <하버드 커넥션>이라는 하버드 교내 데이팅 앱 개발 참여를 권유받는다. 비슷한 시기에 마크도 절친 '왈도'에게 데이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 관계를 그대로 알고리즘으로 구연해내는 앱 개발 참여를 권유한다. 마크는 윙클보스 형제의 연락을 이리저리 피하며 <페이스북> 개발을 완료, 다시 한 번 학교의 인기 스타가 된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뺐겼다고 생각한 윙클보스 형제는 마크에게 소송을 건다. 그러나 소송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크의 아이디어는 두 세대를 뒤바꿔놓을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고 개발팀은 페이스북을 하버드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대학교로 퍼뜨린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 P2P 사이트를 개발해 전세계 음악 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숀'이 페이스북에 눈독을 들이게 되고 마크에게 접근한다. 숀은 마크와의 첫 만남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와의 삶을 떠벌리고 사업을 전세계로 확장할 것을 강권한다. 사이트에 광고를 넣어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싶었던 왈도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하지만 마크는 숀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고 캘리포니아로 일터를 옮겨, 결국 왈도와의 의사와는 별개로 숀의 손을 빌려 거금을 투자받게 되고 왈도의 주식 지분을 0.03%까지 줄이는 결과를 만든다. 이에 공분한 왈도는 마크에게 소송을 건다. 

 

 

 

 

 <영화 속 인간 관계>

#1 '마크 - 윙클보스 형제'

 둘은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다. 마크가 여학생 외모 평가 사이트를 유포하기 전까지 형제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빚내줄 엔지니어를 찾아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줄 알았으나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자 불안해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사정은 제쳐두고 앱 개발에나 신경쓰라고 재촉할 수는 없었다. 관계를 맺은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 파트너를 독촉해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결국 이들은 마크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했다. 작중에서 마크는 '저들의 지성이 나보다 뛰어났다면 페이스북을 먼저 만들어놨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페이스북의 모티브를 하버드 커넥션에서 가져온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윙클보스 형제의 억울함이 이해가 간다. 

 

#2 '마크 - 왈도'

 왈도는 마크에게 있어 최고의 친구다. 작중 마크의 행색을 보면 후줄근한 후드티와 츄리닝 바지 스타일을 고수하는 너드(지능이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인데 반해 왈도는 말끔하게 잘 차려입고 다니고 작중 가장 정상적이고 안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너드인 마크에게 다가와준 왈도는 자연스레 그의 최고이자 유일한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같이 사업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쌓아올린 우정이 무너져내린다. 자신은 앱에 넣을 광고를 따기 위해 뉴욕으로 가서 14시간이나 지하철을 타고 헤매였는데 친구는 숀과 짜고 사업을 더 크게 굴릴 궁리를 하고 있질 않나 새로 차린 사무실로 기분좋게 들어왔더니 자기 지분만 줄어있질 않나. 왈도의 ''법정에서 보자 개XX야''는 작중 가장 스트레이트한 감정 표현이자 안타까운 절교 선언이었다.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친구랑 사업하면 안된다는 인생의 지침 하나를 추가할 수 있다. 

 

 

 #3 '마크-에리카'

에리카는 영화 플롯을 이끌어가는 역할은 아니지만 마크가 어떤 인물이고 그가 결국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조명해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마크와 에리카의 대화로 시작한다. 마크는 에리카의 말꼬리 하나하나에 한참 전에 나왔던 화두를 엮어서 따져물어 그녀의 심기를 건들고 이후 바로 이별을 통보받는다. 제 딴에 심술이 났는지 에리카에 대한 불만을 적은 유치한 글을 인터넷에 뿌리는 개념없는 행동까지 한다. 이 심술이 계기가 되어 여학생 외모 랭킹 사이트까지 만든 것이다. 어쨌든 마크는 큰 맘 먹고 에리카에게 사과하려고 다가가지만 그녀는 일말의 감정의 동요없이 그를 거부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녀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왈도도 잃고 숀도 버린 마크가 혼자 남아 에리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친구 신청을 하고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는 모습은 2시간 동안 펼쳐진 모든 촌극과 갈등의 허무한 결과이면서 그 마크 주커버그조차도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마무리이다. 

 

영화 속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그냥 천재로 묘사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자기 세계에 빠져 살고 남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독선가이다. 그 독선이 지금의 페이스북을 만들었지만 그를 둘러싼 인간 관계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주변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할 여지가 훨씬 많다.

 

이 영화의 감독 데이빗 핀처는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 않았을까.

'페이스북은 전세계 사람들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엄청난 시스템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이 멋진 <소셜 네트워크>로 인하여 주변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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