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의 공연 칼럼] 뮤지컬 팬레터로 알아 보는 팩션 뮤지컬과 관념적 캐릭터

 

 

뮤지컬 팬레터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지난 11월 7일 첫 공연을 기점으로, 내년 2월까지 공연되는 작품이다. 지난 초연, 재연 때 수많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이른바 '팬레터 열풍'을 일으킨바 있다. 현재 공연되고 있는 삼연 또한 매 회차마다 높은 좌석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전개는 주인공인 정세훈, 히카루, 그리고 김해진의 관계에 따라 진행된다. 정세훈은 김해진을 흠모하는 문학도로, `히카루`라는 이름으로 김해진에게 팬레터를 자주 보낸다. 그러다가 김해진은 그 팬레터 속 `히카루`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정세훈은 자신의 존재를 밝혀야 하는 것인지 갈등한다. 결국은 자신을 철저히 숨기기로 결정하고, 김해진 곁에선 `급사 정세훈`으로, 김해진 뒤에선 `히카루`로 지낸다. 김해진이 히카루와 맹목적인 사랑에 빠져 죽음에 이르기 직전이 되자, 다급해진 정세훈은 자신의 존재를 밝힌다. 김해진은 철저히 절망에 빠지고, 결국 사망한다. 끝으로, 정세훈이 김해진과 함께 쓰던 소설을 출판하며 극은 마무리된다.

 

팬레터는 일제 강점기, 실제 존재했던 다양한 문인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김유정을 김해진으로, 이상을 이윤으로, 김기림을 김수남으로, 이태준과 김환태는 본명을 그대로 차용했다. 문인뿐만 아니라 실제 작품인 김유정의 <생의 반려> 또한 작품 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로서 기능한다. 이처럼, 뮤지컬에 팩트(fact) 와 픽션(fiction) 을 적절히 섞은 것을 우리는 '팩션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팩션 뮤지컬은 관객에게 실제 사실뿐만 아니라 가상의 재미까지 선사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어내곤 한다.

 

그리고 팬레터의 또 다른 특징은 관념적인 캐릭터를 배역으로 창조한 점이다. 극 중 등장하는 '히카루'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공 '정세훈'의 욕망이다. 욕망이라는 관념적 요소를 하나의 배역으로 만들고, 무대 위에 세움으로써 신선함을 더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무대 위에 올릴 수 있는 배역의 폭을 넓혀 준 것에 의의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극에 대한 해석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단점도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긍정적 효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즉, 관념적 캐릭터의 성공 유무는 과하게 어렵지 않지만 신선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팩트와 픽션의 조화를 만나 보고, 관념을 연기하는 배우를 감상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지금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뮤지컬 팬레터로 떠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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