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우의 시사칼럼] 백석의 시에서 나타난 가치

가치와 관계의 관계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아니면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아니면 혹시 관계와 가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아마 생각해본 이는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관계와 가치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나는 이를 백석 시인의 "수라"라는 시를 보고 생각해보았다.

 

부모나 친구나 모르는 사람은 무슨 가치가 있는가? 아마 부모와 친구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대적으로 봤을 때는 어떨까? 그들은 모두 한 인격체로서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에게 행동할 때 그이에게 가치를 주관적으로 부여하고 행동하는가 객관적으로 부여하고 행동하는가?

 

백석의 시 "수라"에서는 한 마리의 거미를 쳐낸 백석의 감정, 그 거미의 부모가 나왔을 때 백석의 감정, 부모 거미를 쳐낸 후 또 다른 새끼 거미가 나왔을 때 백석의 감정이 드러난다. 나는 이 백석의 감정들이 그 거미들의 존재 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이 시의 핵심 내용은 관계와 가치라고 생각했다. 백석이 처음 거미를 쳐냈을 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그 거미의 가족으로 보이는 거미가 나올 때마다 백석이 가슴 아파했다. 나는 이것이 백석에 새끼 거미는 쓸어버릴 때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듯싶었으나, 부모 거미가 나오고 부모 거미와 새끼 거미의 관계를 인식한 백석이 가슴 짜릿하며 비로소 새끼 거미가 존재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어떠한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의 대상이 되는 것의 절대적 가치를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에게 대상의 가치와 다른 이에게 대상의 가치는 다를 수가 있기 때문에.

 

한 대상의 절대적 가치를 생각해보기 위해서 나는 관계와 가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와 그 대상의 관계가 아닌 그 대상이 맺고 있을 관계이다. 나는 어떠한 대상에게 행동할 때 그 대상이 다른 이들과 무슨 관계를 맺고 있을지 생각해보고, 주관적으로가 아닌 객관적으로 그 대상의 가치를 판단해 내가 할 행동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수라"에서 백석이 거미의 가족을 쳐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

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

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

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백석의 시 수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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