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의 시사 칼럼 7] 임산부 배려석, 당연한 권리

출퇴근 시간이 되면 가장 북적이는 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은 지하철이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서로 자리를 차지해 앉으려고 눈치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지하철 안에 사람이 다 들어가지도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임산부 배려석이 있다.

 

열차 안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임산부 배려석은 올해로 도입한 지 7년이 되었다. 객실 한 칸당 가운데 양쪽 끝 두 자리를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사람들이 일반 좌석으로 착각할 것을 고려해 바닥에 스티커를 붙여놓고 좌석을 분홍색으로 구분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리의 주인이 당당히 앉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나타난다. 실제로 지하철을 몇 번만 이용해봐도 알 수 있듯, 임산부가 아닌 사람들 대다수가, 자리가 없을 때 아무렇지 않게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일도 있으며, 임산부 배려석임을 알고도 앉는 사람들도 다수다. ‘다리가 아파서 잠시 앉았다,’, ‘아무도 앉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앉은 것뿐이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다음 통계는 이러한 임산부 배려석의 문제점을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임산부 총 4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중교통 임산부석 이용에 불편을 느꼈다’는 응답이 88.5%였다. 원인으로는 ‘일반인이 착석 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가 58.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리를 비켜줘야 할 상황이지만 모른 체하고 휴대전화만 쳐다보는 상황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초기 임산부들의 목소리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구토와 빈혈이 오는 등 여러 가지 불편을 겪지만 어쩌다 한 번 앉기라도 하면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배가 부르고 누구나 임산부임을 알 만한 상황임에도 모르는 척하고 자리에 굳건하게 앉아있는 사람이 있어, 임산부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손잡이에 의지해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탄다. 계단 하나 오를 때도 힘이 들고 가만히 서 있어도 몸에 무리가 오는 상황에서 왜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당연하게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이렇듯 대중교통 이용에 적잖은 불편함을 겪는 임산부들. 심지어 몇 곳에서는 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존재했

다. ‘자리가 없으니 어르신 한 분이 무릎을 치며 양보를 강요했다.’, ‘임신했으면 운전을 하거나 택시를 타세요.’ 등의 무차별한 말들로 상처를 주거나 대놓고 임산부석에 크게 낙서를 하는 등 잘못된 시민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는 2만7589건에 달했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조사와 같이 점점 각박해지는 임산부 우대.

 

배려받고 싶다면 먼저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편의만 생각하고 시선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다면 먼저 알아보고, 배려석이 차 있다면 내 자리를 양보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나온 것과 같은 실천이다. 각자의 사소한 배려가 모이고 모여 변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임산부가 대중교통에서는 누구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