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의 시사 칼럼 5] 빼빼로 데이에 가려진 농업인의 날

11월 11일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기념일. 아마 대부분은 빼빼로 데이라고 말할 것이다. 숫자 1을 연상시키는 긴 막대기 모양의 빼빼로를 친구나 연인, 혹은 지인과 나눠 먹는 기념일이다. 서로 과자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기념일이지만, 반면에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날이 빼빼로 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이 날은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친구들끼리 주고받던 데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회사가 특정 제품을 홍보하고자 만들어진 상업적인 기념일이기 때문에 상술이 짙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서로 나눠 먹고 교환하는 기념일의 특징에 걸려들어 사람들은 더 다양하고 더 많은 빼빼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퍼지고 퍼져 이제는 하나의 기념일로 당당하게 굳어버린 빼빼로 데이는 늘 이맘때쯤 되면 일주일 전부터 마트나 편의점 앞을 가득 채워 물들이고 있다. 크기와 맛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다양한 맛으로 묶어 아름다운 포장지로 진열된 빼빼로들은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사로잡는다. 빼빼로 데이가 주말이 아닌 평일인 날에는 용돈의 대부분을 과자를 사는 데 쓰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학교에서는 서로 각자 다른 맛의 빼빼로를 교환하기 위해 소동이 벌어지는 것은 매년 평범하게 있는 일이 되었다. 서로 마음을 전하고 나누는 용도로 만들어진 기념일이 상술이 물든 과소비의 기념일이 돼버린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년 진열대와 가게 앞을 가득 채우는 빼빼로들은 과대 포장으로 하여금 소비자들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전 새로 출시된 빼빼로 팝의 경우가 그렇다. 한 네티즌이 올린 글에 따르면,  먹고 잊어버렸나 착각을 할 정도로 적은 양의 과자가 과대 포장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며 분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과대 포장 또한 절대 그냥 넘겨야 할 문제가 아니다. 화려하고 예쁜 포장지에 둘러싸여 있어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에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자원재활용법을 기업에서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부과해야 할 과태료보다 이윤을 많이 남겨서 손해를 피하려는 이기적인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잘못된 소비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자값보다 포장값이 더 높은 이러한 현상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고받는 것이 필수적이지 않음에도 주고받으며 먹는 것이 의례적인 행사가 되어버려서, 받지 못한 이들에게는 느껴도 되지 않을 소외감을 줄 수도 있다. 매년 높은 열량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과대 포장으로 몸살을 앓는 빼빼로 데이, 돌아보니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또한 마케팅의 속임수와 화려하게 포장된 상품들에 경계심을 가지고 건강한 소비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빼빼로 데이에 가려진 농업인의 날에 시선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기울어지는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날이니만큼, 과자 대신 우리 농산물로 차려진 밥상에 앉아보는 것이다. 과자보다 우리 쌀로 지은 밥을 먹으며 이러한 기념일을 주변인에게 널리 알린다면 시간이 흘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바람직한 기념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가오는 11월 11일은, 우리 모두 건강한 우리 농산물로 차려진 밥상에 앉아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기념일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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