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의 시사/과학 칼럼 5] 꽃보다 더 꽃같은 곤충의 비결

꽃으로 위장한 무서운 포식자 난초 사마귀와 의태에 대하여

장엄한 자연이 펼쳐지는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열대우림 깊은 곳에는 꽃들이 다채로이 피어 있다. 꽃들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는 꽃으로 위장한 무서운 포식자가 숨어있다. 바로 난초 사마귀(Orchid mantis)이다.

 

꽃 사마귀라고도 불리는 난초 사마귀는 난초꽃인지 사마귀인지 쉽게 구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한 모습으로 모두를 속인다. 그의 네 다리, 등과 배는 색깔은 물론 질감까지 난초 꽃잎과 매우 닮았다. 두 눈과 돌출구는 수술과 암술처럼 보인다. 심지어는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까지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연상시킨다.

 

 

 

난초 사마귀가 그렇게까지 난초꽃과 닮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의태’에 있다. 의태란 주위 환경이나 다른 종을 흉내 내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는 습도와 빛을 감지하고, 허물 벗기를 거듭하여 환경과 자신의 색을 일치시킨다. 그 상태로 몸을 웅크리고 꽃잎에 붙어 있으면 아무도 그가 사마귀인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는 흰색 꽃이 자외선을 흡수해 꿀벌에게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것까지 똑같이 따라 해 구분이 더욱더 어렵다.

 

그는 의태를 통해 곤충을 효과적으로 잡아먹는 동시에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먹이를 사냥할 필요도 없다. 단지 나뭇잎 위에 걸터앉아 곤충들이 자신을 꽃으로 착각하고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천적인 도마뱀이 다가와도 마찬가지이다. 잠자코 앉아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된다. 바람이 불면 주위의 꽃잎과 함께 흔들리는 센스까지 보이며 말이다.

 

 

 

호주 매쿼리 대학교 연구팀은 과학 저널 ‘American Naturalist’ (아메리칸 내추럴리스트) 2014년 1월호에 게재된 논문 ‘Pollinator Deception in the Orchid Mantis’를 통해 꽤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곤충들이 꽃보다 난초 사마귀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12종의 꽃가루 매개 곤충이 꽃보다 난초 사마귀에 관심을 두다 잡아먹혔다고 한다. 꽃을 찾아 날다가 난초 사마귀에 홀려 한눈을 팔다 결국 먹잇감을 자처한 상황이다. 위장의 달인인 그는 어느새 꽃보다 더 꽃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용 출처: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31203601011&cp=nownews>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곤충을 잡아먹는 것은 아니다. 난초 사마귀는 털이 많거나 끈적여 먹기 힘든 곤충은 가려 먹는다. 그래서 자신의 식욕을 자극하는 곤충이 가까이 다가오면 확실한 사냥을 위해 머리만 미세하게 움직이며 앞다리로 먹잇감을 빠르게 잡아채 가두고, 날카로운 앞다리의 가시로 사정없이 찌르며 이내 씹어 먹는다. 가끔 사람도 물지만, 다행히 독이나 침이 없어 가벼운 피부 자극만 유발한다고 한다.

 

 

'의태'라는 수단이 난초 사마귀에게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로 쓰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의 방어기제는 갈등이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을 자연에 적용해본다면, 눈에 띄는 것부터 가차없이 잡아먹히는 자연 속에서는 당장 먹힐 것 같은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난초 사마귀를 비롯한 많은 곤충들이 자연의 일부분인 척, 다른 동물인 척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 모두 방어기제의 개념에서 시작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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