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훼손한 도시와 산을 지키는 도시의 차이는?

난개발을 막는 '경사도 기준'의 비밀

아빠차를 타고 용인서울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버들치 터널을 오가다보면 가슴아픈 풍경을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연녹지인 광교산이 터널을 경계로 한쪽은 많이 훼손되어 있고, 한쪽은 그대로 지켜져 있는 모습을 말이다.

 

 

<사진1>은 버들치 터널의 용인 쪽 광교산의 모습이다. 왼편의 산 중턱까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고 오른편 산중턱에는 오밀조밀한 타운하우스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산 밑으로는 비닐하우스와 여러 시설이 난립해있었고 일반인들이 산 위로 올라갈 길도 없었다.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 집을 지은 것이다. 그런데 버들치 터널을 통과해 나가면 <사진2>와 같은 수원 쪽 광교산이 나온다.

 

 

사진처럼 자연녹지가 그대로 지켜져 있고, 산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나무계단으로 만든 등산로를 올라가면 큰 등산로가 이어져 있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나는 인터넷 기사검색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녹지의 개발을 제한하는 '경사도 기준'의 차이였다. 먼저 경사도의 개념부터 알아봤다. 경사도는 임야의 기울기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낸다. 하나는 수평거리에 대한 수직높이의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백분위 경사도가 있고, 수평면에 대한 각도를 나타낸 경사 각도가 있다.

 

예를 들어 도로길이가 100미터인데 산의 높이가 15미터라면 경사도 백분율은 15%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경사각도를 경사도라고 많이 표현하기에 경사각도를 기준으로 잡아 비교해보자. 아시아투데이의 2019년 3월19일 기사에 따르면, 수원이 허용하는 개발제한 경사도 기준은 10도이고, 용인은 20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17도 경사의 산이 있다고 하면 수원에서는 경사도가 10도가 넘어가서 집을 지을 수 없지만, 용인에서는 20도를 넘기지 않아 집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용인 쪽 산림이 많이 훼손된 것이다.

 

용인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 최병성 위원장은 전임 시장이 경사도 기준을 완화하여 난개발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완화됐던 경사도를 전임 시장이 2015년에 경사도를 완화를 해서 난개발이 더 심화됐거든요." (평화방송인터뷰, 2019.7.11)

 

문제가 커지자 용인시는 올해 들어 경사도 기준을 다시 원위치하는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의 난개발을 반성하는 뜻으로 '용인시 난개발 백서'를 발간했다.

"수지 상현동은 전 세계 도시계획전문가들이 난개발 현장 표본으로 벤치마킹을 올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용인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난개발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중에서)

 

산을 훼손하는 도시와 산을 지키는 도시, 둘 사이에는 경사도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은 시민들의 투표로 뽑힌 시장과 시의회가 관리하고 있었다. 우리 환경을 지키려면 시민들이 우리 지역에서 환경을 지키는 무언가 또는 훼손하는 무언가를 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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