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현의 정치/시사 칼럼 7] 그들에게는 우리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스의 문학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말한 변론이자 우리나라의 소설가 김영하의 장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이 문장을 인용해 역사에 대해 논하려 한다.

 

구한 말, 일제 강점기로부터 대한민국의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하염없이 역사를 조작하고,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려 하였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토록 숨기고자 한 역사는 무엇이었는가.

 

일제 강점기에는 식민사학이 유행하였다. 조선은 미개하여 일본이 나서서 근대화, 개화를 이뤄야 한다는 논리에서 시작한 사학 풍조였다. 이는 조선이 스스로 개화할 수 있음에도 야욕을 성취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국권을 찬탈하였다는 자신들의 과오를 정당화하고 덮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의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왜곡하고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것이다.

 

역사 왜곡은 우리 민족 내부에서도 발생한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검인정 교과서라는 그럴듯한 이름 아래 권력가들은 자신들의 국민을 우롱하고, 사상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정화했으며, 자신들의 정권을 옹호하려 하였다. 박정희 정권의 3차 교육과정은 516쿠데타를 5월 혁명으로, 10월 유신을 ‘농촌의 근대화와 국민의 정신 혁명을 이룩하는 새마을 운동과, 남북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정치 체제를 조성하는’이라는 수식어로 멋들어지게 치장하였다. 이 역시 자신들의 사상을 국민에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주입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화운동을 거쳐 왜곡되었던 현대사는 다시 올바르게 돌아올 수 있었다. 독재를 타도하고 유신을 철폐하자는 구호 아래 싸웠던 이들은 결국 승리했고, 군부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 민간, 문민의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또한 초기의 권력 맞춤형 검인정제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검인정제도를 시행해 객관적인 역사를 가르치려 했다. 그러나 그러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수고는 한 사람의 발언 아래 전부 물거품이 되어갔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김무성의원을 주축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다. 검토본을 살펴보면 이 시도의 목적이 분명히 드러난다.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정권을 옹호하고, 식민통치를 미화하며 독재정권과 마찬가지로 사상을 정화하려 했다. 교과서가 너무 좌 편향적이라 공부하는 학생들의 혼이 비정상적이다. 하나의 객관적, 중립적 교과서로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그들은 즉각 교과서 편찬을 시행했고, 결국 발간한다. 그러나 결국 폐기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 선생이 남긴 문장이라고 전해지지만, 사실은 윈스턴 처칠이 죽기 전에 남긴 문장이다. 단재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하셨을 뿐이다. 과연 권력가 그들은 누구이기에 역사를 왜곡하여 우리가 진실한 역사를 잊게 만들고, 우리의 미래를 빼앗는가. 그들에게 우리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에게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을지는 몰라도, 권력가 그들에게 우리를 파괴할 권리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우리를 파괴, 파멸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역사 조작과 왜곡을 감시하고 막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다.

 

권력가, 그들에게 우리를 파괴할 권리는 없다. 더불어 우리에게는 권력가의 역사 조작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