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을 문화 칼럼 2] 지금 프랭크 오션을 들어야 하는 이유

 

 

프랭크 오션은 2012년 <Channel Orange>라는 걸출한 데뷔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작품은 마지막 남은 불씨가 다 꺼져가는 미국 R&B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과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름하여 PBR&B였는데, 80년대 신디사이저 약간에 공명하는 드럼 소리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신세대의 팝 음악이었다. 프랭크 오션은 옛 것 약간에 요즘 것 약간을 자연스럽게 섞고 그 위에 자신의 매력적인 보컬을 얹어 대중 음악계의 낯선 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그리고는 4년간 잠적했다. 

 

4년의 침묵을 깨고 나온 두 번째 앨범 <BLONDE>는 혹자들에겐 데뷔작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4년 전 자신이 고착화시킨 사운드에 머물지 않고 60년대 기타와 동물의 울음소리가 생각나는 효과음들을 적극 사용한 이 이상야릇한 앨범은 독보적인 사운드라는 평과 함께 결국 저명한 대중 음악 웹진 '피치포크 '의 10년 결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기까지만 쓰고 칼럼을 마친다면 이 글을 읽은 필자들이 얼마나 음악이 좋길래 이 정도로 하이프를 받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당장 이 사람의 앨범을 들으러 달려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에 가득 차서 그냥 들으면 생각보다 음악 자체에 쾌감이 없고 밋밋하게 들려 실망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도 처음 들었을 때 아니 이게 왜? 였으니까. 

 

프랭크 오션 음악 세계의 정수는 바로 가사에 있다. 그의 문학적 센스는 앨범명은 금발 여성을 뜻하는 <BLONDE>로, 커버엔 금발 남성을 뜻하는 <BLOND>를 적어놓음으로서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번뜩인다. 그렇다. 그는 흑인 남성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온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을 밝힌 것이었다. 그는 때때로 남들과 다른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머리 위에 올려놓은 스테이크 칼을 빌려  표현한 <Bad Religion>과 사랑 자체에 대한 황홀감을 표현한 <Pink White> 등의 곡에서 듣는 이가 어떤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피쳐링진으로 참여한 <No Church in the wild>에서는 '신에게 왕이 무슨 소용이겠어. 하지만 불신자에게 신이 무슨 소용이겠어.' 라는 가사로 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 더해 머니 스웨거의 상징으로 쓰이던 자동차를 자신의 성장기와 함께한 동반자로 표현하는 등 여타 흑인 음악 뮤지션들을 잠시 생각없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역량을 증명해냈다. 정말 그의 가사 앞에서는 여자, 성적인 표현, 돈 얘기 모두 도저히 자랑질로 들리지가 않는 것이다.             

 

자, 이제 여기까지 읽었으면 그의 음악을 들으러 가보자. 일단 듣고 가사를 보면, 빈지노 같은 국내 흑인 음악 뮤지션이 왜 오션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또 다시 4년 동안 내년에 나올 3집을 기다려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 그 외 출처:  pitchfork, the 200 best albums of the 20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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