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번역기'에 열 사람의 마음 모아

이의고 우리말동아리 '말모이' 활동

"아부지, 근데 나 이제 김순희 아니고 '가네야마'래요. 나는 김순희 좋은데..."

영화 '말모이'에서 꼬마 순희가 아빠 유해진에게 건내던 명대사다. 2019년 1월, 언어에 관심많던 나는 이 영화를 눈물범벅이 되어 감명깊게 봤다. 일제 강점시절 우리말을 지키려고 목숨까지 바치는 분들의 이야기가 너무 고맙고 가슴아팠기 때문이다. 마침 그 때가 새로운 창체동아리를 기획할 때였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우리말 동아리 말모이. 우리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외국어나 잘못된 표현을 올바른 우리말로 바꾸고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면 어떨까 싶어 열심히 기획서를 쓰고 친구 채린이와 함께 영화 포스터를 활용한 동아리 홍보문안을 만들고 열심히 돌렸다.

 


"우리말탐구 말모이. 모집대상은 우리말을 사랑하는 누구나! 국어실력을 높이고 싶은 누구나! 1,2학년 모두 환영합니다!"
학술동아리라서 몇 명이나 모일지 걱정했는데 뜻밖에 10명이나 모였다. 창체동아리 요건 획득! 우리는 영화 '말모이'를 함께 모여 보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들 감동적이었다며 의욕을 보였고 그 다음 모임부터는 우리말 번역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5월11일, 말모이의 순화작업을 모두가 볼 수 있는 전지크기로 만들어 교내에 붙인 첫번째 '우리말번역기'가 완성되었다.

 


"하이파이브 --> 손뼉맞장구, 커플룩 --> 짝꿍차림..."

아이들이 자주 쓰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봤는데, 국립국어원이나 언론사에서 제시하는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 다음 활동으로는 '파이팅' '간지나다' '소보루빵' 등의 일제잔재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는 두번째 번역기를 제작했고, 세번째 번역기는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랄하다' 등의 욕설의 어원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순화어를 담아 게시했다. 게시장소는 이의고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가장 많이 다니는 2층 복도에 붙였는데 내용을 유심히 보고 재밌다며 순화어를 따라해보는 등 어느새 이의고의 새로운 명물이 된 것 같다.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네놈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어?"

영화 말모이의 명대사처럼 우리 동아리 부원들도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 간다. 이 자리를 빌어 부원들 이름 한번씩 불러본다. 채린아, 유진아, 나은아, 민성아, 지인아, 유빈아, 소윤아, 준형아! 바쁜 고교생활 속에 함께 해줘서 고마워.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이의고등학교 우리말탐구 동아리 말모이,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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