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문화칼럼 11]작가와의 만남: 최은옥 작가 편

 

 

이번에는 <내 멋대로 동생 뽑기>를 쓰신 최은옥 작가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최은옥 작가님은 2011년 푸른 문학상을 통해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후 2013년 작가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책 읽는 강아지 몽몽>으로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내 멋대로 oo 뽑기> 시리즈와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방귀 스티커>, <우산 도서관> 등 수많은 어린이 책을 집필했다. 

 

<내 멋대로 동생 뽑기>는 <내 멋대로 나 뽑기>,<내 멋대로 친구 뽑기> 등의 후속작이다. 말썽을 부리는 동생 때문에 화가 난 찬우는 우연히 동생을 골라 뽑게 해준다는 기계를 발견하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동생을 뽑은 찬우는 여러 명의 동생을 거친 후 동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내 멋대로 동생 뽑기>는 형제자매에게 한 번은 느껴보았을 감정을 톡톡 튀는 재미와 감동으로 잘 표현한 책이다. 어디엔가 있을 법한 동생들을 보며 떨어져 있는 오빠가 그립기도 하고,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기 쉬운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 책이다.

 

여러 가지 질문에 자상하게 답해주신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1. 이 책에 나오는 동생들은 작가님의 동생분들을 모델로 하셨나요?

어떤 부분은 그렇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기도 하지요. 나는 사 남매의 첫째랍니다. 동생이 셋이나 있지요. 그러니 여기 나오는 동생의 모습은 모두 겪어 봤다고 할 수 있어요. ㅎㅎ 하지만 이 책을 쓰기 전, 캐릭터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요즘 아이들이 어떤 동생을 원하는가?’ 였어요. 내가 자랄 때와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고민해서 정한 동생 캐릭터들이랍니다.

 

2. 이 책에 나오는 동생뽑기 기계는 할로윈 날 밤의 마법 같은 일인가요? 아니면 그저 찬우의 꿈인가요?

당연히 동생에 대해 고민이 많은 찬우에게 벌어진 마법 같은 일이지요. <내 멋대로 동생 뽑기>는 뽑기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에요. 앞서 나온 세 책도 친구에 대해, 아빠에 대해, 나에 대해 고민이 많은 아이가 겪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판타지 세계는 멀리 혹은 낯선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어떤 방법으로든 존재하고 만날 수 있다고 믿어요.

 

3. 기계에서 나오는 동생들마다 캡슐의 색이 다른데요, 각 동생들의 캐릭터와 캡슐의 색이 주는 느낌이 관련이 있나요? 

<내 멋대로 동생 뽑기> 에는 다섯 명의 동생이 나와요. 장난꾸러기 내 동생 외에 주인공 찬우가 원하는 동생들이지요. 내 말을 진짜 잘 듣는 동생, 귀엽고 예쁜 여동생, 귀찮게 하지 않는 똑부러지는 동생, 모든 면에서 완벽한 쌍둥이 동생들! 찬우가 원하는 네 유형의 동생은 각각 빨간 캡슐, 노란 캡슐, 파란 캡슐, 초록 캡슐에서 나와요. 나름대로 어떤 캐릭터가 어떤 색에 잘 어울릴까? 하는 고민을 하고 쓰기는 했지만, 그게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저 독자들이 캐릭터와 캡슐의 색을 잘 어울리게 봐 주었다면 그것으로 감사하지요. 

끝으로 진짜 내 동생은 어떤 색깔 캡슐에서 나올까요? 진짜 내 동생은 다른 동생들과 차별을 두려고 색을 정하지 않고 빛나는 캡슐이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과연 어떤 색 캡슐이었을지 각자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4. 작가님도 기계에서 동생을 뽑으실 수 있다면 어떤 동생을 주문하실 것 같나요?

글쎄요. 나도 나의 동생들도 나이가 들어 모두 결혼을 하고 엄마 아빠가 되었지요. 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고요. 요즘은 동생을 뽑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어떻게 하면 동생들과 더 자주 만나고 더 좋은 시간을 보낼까를 고민하지요. 

그래도 내가 찬우처럼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면 ‘내 말을 진짜 잘 듣는 동생’을 뽑고 싶을 것 같아요.

 

5. 전작 <보름달 숲에서 생긴 일> 등 작가님의 작품 중에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주제로 많은 글을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먼저 <보름달숲에서 생긴 일>도 꼼꼼하게 챙겨 읽어준 남연우 친구에게 고마워요.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생이지요. 성인이 아닌 아이들에게(물론 성인이 되어도 마찬가지지만요.) 가족은 가장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동시에 가장 상처를 많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더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가족 간의 소통이 부족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어렵지요. 어쩌다 함께 있는 시간마저도 디지털기기에 빠져있기 십상이고요. 그러다 보니 오해도 많이 생기고, 외로움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늘 곁에 있어서 소홀하기 쉬운 가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족 이야기를 많이 쓰게 되는 거 같아요.

 

6. 평소 캐릭터나 소재를 어떻게 구성하고 구체화하시나요? 떠오른 캐릭터/소재를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소재는 언제 어디서든 불쑥 찾아오지요. 길을 걷다가도,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말이에요. 그런데 이야기의 씨앗이 되는 이런 소재는 돌아서면 금방 잊히기 쉬워요. 그래서 떠오른 모든 소재는 소재 노트에 적어 둔답니다. 그리고 조금씩 그 씨앗을 키워가지요. 지금까지 만든 소재 노트 속 이야기만 책으로 만들어도 아마 몇 백 권은 넘을 거예요. 

캐릭터가 뚜렷한 작품은 생명력이 길어요. 작품을 쓸 때도 캐릭터가 잘 설정되면 글을 쓰기 편하지요. 평소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볼 때도 인물을 어떻게 그렸는지 주의 깊게 살펴요. 또 주변 사람들을 볼 때도 그렇지요. 그런 것들이 책 속 캐릭터를 정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7. 작업과정이 보통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재 노트에 기록해둔 소재 중 쓰기로 마음먹은 소재를 따로 파일로 만들어요. 이후 그 소재를 가지고 정보를 찾고, 낙서를 하면서 얼개를 짜지요. 정말 글씨도 엉망이고 그림도 그리면서 자유롭게 낙서해요. 그래야 상상의 줄기가 쭉쭉 뻗어 나가지요. 그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구체화시켜가요. 

이렇게 어느 정도 얼개가 만들어지면, 컴퓨터 앞에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요. 초고를 완성한 뒤에는 셀 수 없이 읽고, 수정하기를 반복하고요. 

 

8.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글을 잘 쓰는 건 많이 배우고, 읽고, 쓰다 보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건 차차 하더라도 지금은 두 가지를 깊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첫째는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여기서 바르다는 건 똑바로 정확하게 본다는 의미와 긍정적으로 본다는 두 가지를 의미해요. 글에는 은연중에 작가의 모든 게 담기게 돼요.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는 꼭 바른 눈을 가지도록 노력하면 좋겠어요. 둘째는 상상력을 많이 키우라는 거예요. 상상력은 나중에 키우려고 해도 키우기 어려워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야말로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쓸 수 있답니다. 

작가의 꿈을 키우는 여러분이 만들어 갈 멋진 이야기들을 응원할게요. 파이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든 생각은 동화쓰기란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다. 동화를 읽는 사람들은 아이들이지만 동화를 쓰는 사람은 어른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은옥 작가님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았다. 작가님의 작품은 언제나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읽기에 재미있고, 책장을 덮을 때 나름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책이자 읽는 동안의 재미도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그런 책 하나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한 지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고뇌하고 매번 노력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써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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