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꿈꾸는 어느 동화작가의 인문학 특강

문학의 소재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

지난 9월 2일 월요일 방과 후 오후 5시, 이의고등학교 1층 시청각실에는 약 7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필기구를 들고 모여 있었다. 고정욱 작가님의 인문학 특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작가님은 '고정욱'이라는 이름보다는 본인이 써온 책제목으로 더 유명한 분이다.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봤을 것이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라는 동화, 혹은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선생님은 280여 권의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써온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유독 많이 써오셨다.

 

 

"이 자리에 걸어들어올 수 있는 너희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학생들이 면담 장소인 시청각실에 들어가자, 고정욱 작가님께서는 유쾌하게 아이들을 맞아 주셨고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게 무척 익숙하고 편안해 보이셨다. 과연 청소년 소설의 대가이시구나 싶었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했다. 작가님은 1살 때 소아마비 판정을 받고, 제대로 걸어본 적도 없는데 앞으로 평생 걸을 수 없다는 말을 들으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좌절하시고 극단적인 선택도 하려고 하셨지만,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마음에 품고 작가님을 키워내셨다고 한다. 옆집 할머니는 어린 작가님을 보며 작가님 어머니께 이 아이는 행복하게 못 사는 ‘쓸모없는’ 아이라며 외국에 보내라고까지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가님은 이 자리에 올 때 걸어 들어 올 수 있던 너희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말씀하셨다.

"신은 인간의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주신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더 들으며 작가님께서는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뛰어다니시진 못했지만 그만큼 값진 걸 얻으신 것 같다고 느꼈다. 바로 책이 주는 즐거움과 지혜다. 작가님은 무려 5살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 어린 시절에 당신의 집이 서점이면 좋겠다는 소원을 가질 만큼 책을 사랑하셨다고 한다. 그때 작가님이 책을 읽으시며 얻은 것들이 지금의 작가님을 만든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작가님께서는 독서는 자발적인 집중력을 기르게 해주어 당신이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할 수 있었던 근원이라고 말씀하셨다. 공부를 잘하셨던 작가님은 의사를 꿈꿔 의대에 원서를 쓰려고 가셨지만, 거기서 ‘너는 위급한 환자가 왔을 때 달려 나갈 수도 없어. 너 자체가 환자야’라는 말을 듣고 좌절감에 빠지셨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작가님의 담임선생님께서 ‘신은 인간의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주신다’며 창문인 문과로 가는 걸 권유하셔서, 국문과에 입학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작가님을 향해 모진 말을 내뱉었다. 대학 친구들은 ‘너 같은 애는 다양한 경험을 못 하는데 어떻게 글을 쓰냐. 글은 경험으로 쓰는 건데’라는 말을 하며 작가님을 무시해 작가님은 또다시 좌절했지만, 이내 장애라는 특별한 경험이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평생 ‘장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작가님께서는 4년간의 노력과 도전 끝에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수많은 글을 써 내리고 계신다.

 

"인생이라는 게임은 지금 시작해도 된다."
 

 작가님께서 수많은 아픔과 벽을 거치면서 이 세상에 불가능과 쓸모없는 사람, 공짜는 없다는 걸 깨달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인생이란 게임은 지금 시작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작가님의 마지막 꿈을 말씀해주셨는데, 작가님의 최후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받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고정욱 작가님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수많은 사람이 작가님께 상처를 내는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지만, 그 말들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가신 작가님이 무척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의사가 되지 못할 것이란 의사의 말에 좌절하면서도 문과라는 길을 찾고, 경험이 없어 글을 못 쓸 거라던 대학 친구들 말에 아파하면서도 장애라는 특별한 경험을 가진 자신을 깨닫고 글을 쓰기 시작하신 것 등 말이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꼭 어딘가를 가고, 무언가를 체험해야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 어떤 사람의 삶도 평범하지 않다. 모두가 살아가는 데 있어 난관을 부딪히고 시련을 겪는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어디에도 없는 소설의 줄거리가 될 수 있듯이 일상처럼 보이는 이 모든 우리 주변의 것들이 전부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절감했다. 작가님과 면담을 하며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아쉬웠지만, 난관에 부딪치고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서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 작가님의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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