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문화칼럼 10]작가와의 만남: 홍민정 작가 편

 

 

이번에는 <지고는 못 살아>를 쓰신  홍민정 작가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홍민정 작가는 2012년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동화작가가 되었다.  푸른 문학상, MBC 창작동화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아무말 대잔치>, <초딩의 품격>, <떡볶이는 달다>, <지고는 못 살아> 등이 있다. 

 

그 중 <지고는 못 살아>는 지는 걸 너무나 싫어하고 승부욕이 넘치는 훈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훈이는 뭐든지 이기지 않으면 잠도 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줄넘기대회에서  줄넘기를 너무 못하는 우섭이와 같은 팀이 되고 만다.  우섭이 때문에 줄넘기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상황에 훈이는 화가 난다. 훈이는 처음에는 그런 우섭이를 못살게 굴며 면박을 주지만 점점 우섭이의 좋은 면을 알게 된다. 우섭이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훈이는  우섭이에게 최선을 다 하면서도 우승이 아니어도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지고는 못 살아>의 등장인물들은 캐릭터의 특성이 확연히 드러나고 톡톡튀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캐릭터의 뒷얘기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질문 또한 책의 표면이 아닌 뒷이야기에 대한 질문이 많았기에 작가님께 조금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질문 하나하나에 꼼꼼히 답해주시는 작가님을 보고 정말 감사했다. 이야기에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구상해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이 즐겁지만 힘든 직업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질문 1. 훈이는 유난히 승부욕이 강합니다. 혹시 책에 나오지 않은 훈이의 성장 과정 중 이런 훈이의 성격에 영향을 끼친 것이 있을까요?

→ 아이의 성장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1번, 그 다음이 형제자매가 되겠지요. 훈이의 경우에는 형이 영향을 많이 끼친 것으로 설정했어요. 그래서 이야기의 도입부도 형과 보드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고요. 형은 늘 이기는 입장이니까 여유가 있지만, 훈이는 늘 이기고 싶어 안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승부에 더 매달리게 되는 것으로 그렸어요. 

 

2. 책의 교장 선생님의 캐릭터가 상당히 특이합니다. 혹시 주변에 모티브로 삼은 사람이 있나요?

→ 딱 어떤 사람을 모델로 삼은 것은 아니에요. 다만, 요즘 교장 선생님들은 제가 학교 다닐 때 교장 선생님과 많이 다르다는 걸 전제로 만들어 낸 인물이지요. 제가 아침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집 주변을 산책하는데, 어떤 날은 근처 초등학교까지 갈 때가 있어요. 어느 날, 캐주얼한 셔츠를 입고 등교 지도를 하는 남자 분을 봤는데 그 분이 교장 선생님이더라고요. 그 분을 보면서 ‘아, 요즘 교장 선생님은 인상이 저렇구나.’ 생각했어요. 교장 선생님 중에도 좀 별난 취미를 가졌거나 특별히 한 가지에 빠진 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줄넘기’에 빠진 교장 선생님을 떠올렸어요. 

 

3. 책 안에서처럼 초등학교 때 단어의 짝을 맞추어 팀을 정하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작가님도 인상깊게 남아있는 초등학교 때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 제가 경기도 안성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원예에 관심이 많고, 학교 사육장을 관리하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교실에도 앵무새나 십자매 같은 새나 관상어를 두는 걸 좋아하셨죠. 그 분이 담임 선생님이 되면 반장, 부반장은 으레 앵무새 한 쌍, 십자매 한 쌍을 사서 가져가야 했어요. 수업 시간에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지저귀던 새들, 새똥 치우느라고 인상 쓰던 당번 아이들, 방학 때면 키우던 새들을 집으로 데려간 일, 그런 기억이 떠오르네요.

 

4. 책의 48~49 쪽에는 주인공 훈이의 내적 갈등이 만화 형식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형식을 구상하시기까지의 과정이나 동기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그 부분은 제가 구상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 쪽 아이디어예요. 그런데 교정지 검토 과정(책이 인쇄되어 나오기 전에 페이지별로 글과 그림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서 그 부분을 처음 봤을 때 재밌었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생각하고 고민하신 출판사 편집부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요.

 

5. 요새는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겨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  저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결과만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문제이지요. ‘이겨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면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마음,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을 거예요. 내 능력을 뛰어넘는 큰 목표를 세우지도 않을 거고요. 하지만 우리가  경쟁에서 모두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럴 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과정을 즐겨라!”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과정을 즐기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과정을 통해 분명히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고, 그것이 다음 도전에 좋은 거름이 되니까요.

 

6. 평소 캐릭터나 소재를 어떻게 구성하고 구체화하시나요? 떠오른 캐릭터/소재를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 캐릭터와 소재는 제 주변에서 찾아서 발전시키는 편이에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린아이와 함께 탔을 때 괜히 말을 걸기도 하고,  아파트 단지 놀이터나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 책 읽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해요. 음식점에서 옆 테이블에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있으면 밥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도 유심히 듣고요. 그중에 제 마음에 탁! 꽂히는 게 있으면 관련된 신문 기사나 자료, 유튜브 영상 등을 찾아보지요. 떠오른 캐릭터와 소재는 휴대폰 메모장에 낱말로 적어 놓아요. 조금 긴 내용이나, 스토리, 혹은 인물의 성격 등이 생각났을 땐 다이어리에 적어 놓고요.

 

7. 작업과정이 보통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일단 제목을 생각해요. 제목을 생각해 두면 담고 싶은 주제와 이야기가 대강 그려질 때가 많아요. <아무 말 대잔치> 같은 작품은 제목에서 출발한 이야기예요. 제목 밑에는 내가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짧게 적어요. 한두 문장으로요. 그 다음, 누가 나와서 그 이야기를 진행시키면 좋을지 등장인물을 생각하지요.  그런 다음, 장 별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 얼개를 정리하고, 얼개가 어느 정도 되면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요.  원고를 다 쓰고 나면 원고를 통째로 두세 번 이상 소리 내서 읽어요.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는 뜻이거든요. 소리 내서 읽었을 때 걸리는 부분 없이 잘 읽히면 원고를 마무리지어서 출판사에 보내요.

 

8.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 지금 있는 그곳에서 오늘도 즐겁고 신나게!^^ 제가 생각하는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은 ‘모든 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에요. 하다못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전단 한 장, 어쩌다 우리 집 창문에 붙어서 우는 매미, 잘못 배달된 우편물에서도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이 있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즐겁고 신나게 보내시길 바라요. 그것만으로도 작가 준비는 충분하니까요!!

 

동화를 읽을 때 좋은 점은 동화의 캐릭터들에게서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냥 아이같은 인물들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의 뿌듯함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고는 못살아>는 동화를 읽는 보람을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역경을 딛고 성장한 훈이가 앞으로 살아갈 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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