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따', 'X랄하다'...욕도 전통을 가진다?

이의고등학교 '우리말탐구' 동아리에서 진행한 '비속어 순화하기' 활동을 하며

학교에서 있다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만큼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이 욕설이다. '찐따', 'X랄하다' 등 학교에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들려오는 그 욕들이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쓰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 전혀 모르고 사용하는 학생들이 태반일 것이다.

 

그래서 수원 이의고등학교 학술동아리 '말모이'에서 우리가 쓰는 욕들은 대체 어디서 왔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이왕이면 어떤 다른 단어로 갈음해서 사용할 수 있을지 함께 탐구해보았다. '말모이'는 우리말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올해 처음 결성한 학술동아리로, 청소년들이 무심코 쓰는 말 중 잘못된 표현들을 찾아 쉽고 정확한 우리말로 번역하고, 우리가 직접 만든 순화어들을 교내에 알리며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취지로 활동한다. 이 날의 활동 주제는 '비속어 순화하기', 즉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비속어의 의미와 유래를 찾고, 토의해 비속어들의 적절한 순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쓰는 비속어들 중에서 정말 많이 쓰이는 '지랄하다'의 어원은 고려시대 거란군과 관련이 있다. 고려시대에 거란군을 '지랄들'이라 불렀는데, 그들이 언제 어디로 쳐들어와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른다는 의미로 쓰여 지금까지도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한 뜻은 '분별없는 행동을 해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뜻이다. '쪽팔리다'는 시집간 여성의 뒤통수에서 틀어올려 비녀를 꽂은 머리카락을 가리키는 '쪽이' 팔리다는 단어로 여성의 몸이 팔려 가는 것으로 해석되어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는 의미로 전달되고 있다. '염병하다'는 상대방에게 전염병 중 가장 무서운 병인 '장티푸스(염병)'에나 걸리라고 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찐따'는 6.25전쟁이 끝난 뒤로 지뢰를 밟고 다리가 잘린 사람들을 속되게 부르는 말이고, '호로자식'은 홀어미 밑에서 자란 자식, 오랑캐 노비의 자식이란 어원과 뜻을 갖고 있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유래를 가진 속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조사한 비속어의 어원과 유래를 찾고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걸 발견한 듯 놀라운 표정을 보이고 탄식을 내뱉었다. 서로가 조사한 속어의 유래와 뜻을 이야기나눈 뒤에는 모두 함께 토의해 그 속어들의 순화어를 만들었다. '지랄하다'는 '난리치다'로, '염병하다'는 '일이 안 풀린다/ 힘들다', '호로자식'은 '버릇 없는 자식', '자뻑'은 '자기애', '쪽팔리다'는 '민망하다/ 창피하다', '빡치다'는 '화나다' 등으로 순화했다. 그리고 이를 전지에 옮겨 적고 교내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3층 계단 앞 벽보에 '우리말 번역기' 전지를 부착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직접 비속어들의 어원을 찾으면서 놀랐던 우리들처럼 교내 학생 모두들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많은 아이들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도 '우리말 번역기'에 시선을 두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쓰고 있는 욕이 이렇게 심각한 뜻인지, 이런 유래를 갖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속어 대신 순화어를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번 '비속어의 유래와 뜻을 찾고 순화하기' 작업을 하며 상상치 못했던 유래들뿐만 아니라 이 말들이 상당히 오랜 시간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아직까지도 우리가 비슷한 속된 의미로 이 말들을 쓰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옛사람들이 쓰던 욕이 우리에게 전해져오는 것처럼, 욕에게도 전통이 있다고 느꼈다. 아울러 순화어가 당장 하루아침에 바뀌어 쓰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쓰고 있는 말들이, 비속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알고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기자 본인이 직접 찍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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