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연의 독서 칼럼]그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오발탄'

 이번에 소개할 책은 '오발탄'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6.25 직후이고 공간적 배경은 해방촌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철호네 가족의 비극이다.

 

철호네 가족은 철호, 영호, 철호의 어머니, 명숙, 아내이다. 그중 주인공인 철호는 계리사 사무실의 서기로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고 싶어 한다. 영호는 군대 재대 후 2년 동안 일자리가 없어 정직하게만 살려고 하는 철호와 불공평한 사회에 불만이 많다. 어머니는 고향인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가자’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정신 이상자이다. 명숙은 양공주를 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아내는 과거 음대의 미녀였으나 결혼 후 힘든 생활 중 임신을 했다. 영호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남들은 다 넘는 법률선을 형 때문에 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형과 말다툼을 한다.

 

다음날 영호는 어느 회사의 월급으로 줄 돈 천오백만 환을 훔친다. 하지만 운전수와 회사원을 쏘아 버리지 못해 얼마 못 가 경찰에 붙잡힌다. 형사실에서 영호는 “형님, 미안합니다. 인정선(人情線)에 걸렸어요. 법률선까지는 무난히 뛰어넘었는데. 쏘아 버렸어야 하는 건데.”라고 한다. 여기서 법률선이란 법적으로 걸리는 선이나 경계를 의미하고 인정선이란 자신의 마음(양심)에 걸리는 경계를 의미한다. 철호와 영호가 갈등을 빚었던 이유는 철호는 법률선과 인정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률선과 인정선을 넘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우리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나는 영호의 생각를 지지한다. 왜냐하면 법률선과 안정선을 지키는 것은 옳지만 이 시대에서는 그런 것들을 지키는 것은 힘들뿐더러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 나라의 법을 지킬 필요와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도덕이라는 것은 일단 나부터 살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호가 경찰에 잡혀간 날, 철호의 아내는 출산하던 중 아이의 팔이 먼저 나와 병원으로 실려간다. 철호는 이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하려 하지만 돈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멈칫한다. 이를 본 명숙은 자신이 양공주로 활동하며 번 돈을 선뜻 내준다. 이 부분에서 철호는 명숙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전에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양공주를 하는 명숙을 안탑깝게 여기면서도 화를 냈다. 그런데 나름 아끼기도 하고 자신의 아내를 위해 선뜻 돈을 내놓는 모습을 보고 오빠로서의 애정을 느낀다. 명숙에게 돈을 받고 병원을 향했지만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내가 죽은 것을 보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보던 철호는 무엇인가 끝난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때 철호는 충치의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해 치과에 가 치료를 받는다. 하나의 충치를 뽑고 나서 철호는 남은 하나를 더 뽑기를 희망했지만, 의사의 거절로 다른 치과를 찾아가 한쪽 어금니를 마저 뽑았다. 그는 어금니를 뽑고 나서 설렁탕을 먹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지만, 어지럼증과 입에서 나는 피에 당황해 집으로 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택시를 잡는다. 하지만 그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 그는 “아들 구실. 남편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어디건 가야 한다.”라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오발탄’이란 전쟁 이후 삶의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을 뜻한다. 작가는 제목을 오발탄이라고 지음으로써 6.25 이후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전후 시대의 모습을 나타내고자 했다. 이 책에는 ‘가자’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특히 어머니가 많이 하시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의 고향인 북한에서는 중산층 정도였는데 6.25 전쟁 이후 월남을 해 삼팔따라지가 된 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래도 먹고살 만했던 고향으로 돌아가길 희망하고 휴전협정 이후 돌아갈 수 없는 정치적 배경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약간 정신이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책의 설명들과 여러 정보를 얻게 되니 어느 순간 미쳐버린 철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휴전협정이 모든 이들에게 마냥 좋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어머니가 ‘가자’라고 외치는 부분마다 약간의 무서움과 고통이 느껴졌으며 어머니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 구성원들을 책임지고 먹여 살려야 하는 철호의 책임감이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철호가 비록 미쳐 버렸지만, 그 전까지 자신의 가정을 법적인 선을 넘지 않고 지키려 애썼다는 것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을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우리처럼 전쟁을 겪지 못한 어린 아이라면 더욱더. 왜냐하면 우리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 시간, 책, 영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사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살아갔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위 작품도 나는 사실 광복을 한 후이고 6.25도 멈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니 안정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이 소설을 전쟁의 표면적인 어두움보다 더 깊은 내면의 어두움을 보여줬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다른 아이들도 이 어두움을 느낄 수 있고 두려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소설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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