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연의 경제 칼럼] 서비스의 기계화는 편리함만 선사할까?

노년층의 소매점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어려움

시장 조사업체 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15년 북미지역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5억 775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키오스크란 식당이나 공항과 같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을 말하며, 무인 주문 장치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 키오스크 시장으로 봤을 때 북미지역은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미국과 캐나다 지역 소매업계가 키오스크 도입을 늘리고 있어서 앞으로도 북미 지역이 전 세계 키오스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키오스크나 전자간판을 설치한 매장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2017년 키오스크를 도입한 패스트푸드점 KFC가 단 1년 만에 모든 매장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했다는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FC 뿐만 아니라 이마트나 GS 25와 같은 편의점에도 키오스크를 설치했다고 한다. 또한, 다가오는 2020년 하반기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과 국내 현대 백화점이 서울 여의도 파크원 부지에 무인자동차와 드론 배달기술 등을 적용한 매장을 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빠르게 확산하는 키오스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28%, 부정적인 시각은 20.4%, 그리고 중립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51.6%로 가장 높았다. 편리함과 빠른 서비스를 선사하는 키오스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을 보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우려'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모바일 결제나 무인 매장 이용을 어려워하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렵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서비스의 빠른 기계화에 적응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 노년층의 키오스크 소매점 이용 불편을 예로 들 수 있다.

 

탑골공원이 가까운 롯데리아 종각점은 노인 손님이 많다. 이들에게는 음식점의 키오스크 이용시간은 '주문 장벽'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매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터치 스크린을 이리저리 조작하지만, 최소 9번의 터치를 거쳐야 결제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구성된 키오스크는 노년층을 곤란하게 만든다.  올해로 칠순을 맞은 신종식 씨는 한참을 기계 앞에서 서성이다 결국 매장 직원을 찾았다고 한다. "몇 번 하다가 잘 안 돼가지고 저기 (계산대) 가서 했어요. 몇 번 에러가 나서 잘 안 되겠더라고." 신종식 씨는 노인들에게 무인 주문 시스템이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인 자동화 기술은 노년층의 접근을 불허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질 기회가 없거나 적었던 노년층은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순간의 당황으로 위축되면서 차근히 살펴볼 여유를 잃게 되고 그것이 심리적 위축과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져 시도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인들의 무인화 기계에 대한 어려움은 경제 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인 서비스 장치가 들어오면서 전문가들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세계적인 변화가 다양한 이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는데, 화폐 발행 및 수거, 폐기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감소, 탈세와 같은 지하경제가 축소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노인들을 배려하지 않으며 어려움만 안겨주는 인공 무인 장치만 더 늘린다면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 특성에 의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배우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디지털 기기의 글씨 크기나 사용법 등이 젊은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있어 노인들은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의 발전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떠오르는 청년층 뿐만 아니라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를 증폭시킬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소비자 부담, 인권비가 줄고 자영업자 소득이 늘었다는 긍정적 효과 이면에 고용의 감소, 노인층의 소외현상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키오스크 시대를 앞두고 노인들과 같은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교육을, 줄어드는 일자리에는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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