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의 공연 칼럼] 여름 속 봄이 되어 주는,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나의 어둠에서 빛이 되어 줘서 고마워, 나의 겨울에서 봄이 되어 줘서 고마워.’

 

지난 7월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의 대사이다. 대사에서,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사랑스럽고 따뜻한 극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너를 위한 글자>는 19세기 초 이탈리아 발명가 펠리그리노 투리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 눈이 멀어도 글을 쓸 수 있도록 타자기를 발명했다는 사실을 기반에 제작진들의 아름다운 상상력을 더한 서사를 만날 수 있다.

 

등장인물은 세 명으로, 투리, 캐롤리나, 그리고 도미니코이다. 투리는 이탈리아의 마나롤라에서 발명을 이어가던 중, 어릴 적 친구였고 마나롤라를 떠났던 캐롤리나와 도미니코가 돌아 왔다는 걸 알게 된다. 투리는 자신의 깊은 외로움에서 자신의 필요성과 가치를 발견해 준 캐롤리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캐롤리나 또한 자신의 첫사랑인 투리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 그것을 느낀 도미니코는 그가 어릴 적부터 사랑해 온 캐롤리나에 대한 마음을 포기한다. 사랑을 이어가던 중, 캐롤리나는 자신의 눈이 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투리에게는 영국에서 발명 지원을 해 줄 테니 영국에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투리는 영국에 가기 전, 캐롤리나를 위해 눈이 안 보여도 글을 쓸 수 있도록 타자기를 발명한다.

 

<너를 위한 글자>는 로맨스를 다루는 전형적인 구성의 공연들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로맨스를 다루는 대다수의 공연은 주로 운명적인 사랑과 같은 지나치게 우연성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는 달리 그들의 사랑은 오로지 서로 간 본질을 알아본 것에서 시작된다. 투리는 고독과 어둠에서 자신에게 빛이 돼 준 캐롤리나를, 캐롤리나는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든 자신을 도와 주려 하는 투리를, 도미니코는 자신의 글에 대해 열망과 동경을 보여 준 캐롤리나를 사랑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이유들은 순전히 `운명적 사랑`과 같은 전형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로맨스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너를 위한 글자>는 훌륭한 텍스트로 관객들의 자아성찰을 유도한다. 도미니코는 자신의 글을 좋아해 주는 캐롤리나를 위해서 글을 더 쓰게 되고, ‘내 꿈의 시작은 너였어.’라는 대사를 통해 이를 전달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들 각자 꿈의 시작은 누구였는지를 생각해 보고, 또한 자신이 누군가 꿈의 시작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교훈 또한 전달한다.

 

무더운 여름, 마음만은 따스해지도록 해 주는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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