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의 시사/과학 칼럼 2]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자사고, 이젠 안녕

자사고 폐지를 통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하며

교육계에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즉 ‘자사고’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자사고는 일반 사립 고등학교보다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에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는 고등학교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외고·자사고·국제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을 교육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재 자사고는 꾸준히 단계적 전환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에 지정 취소가 결정된 학교에 대해 거센 반발의 물결이 일고,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 논쟁까지 재현될 조짐이 보여,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어 곤란한 뜨거운 감자의 처지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교육부는 2017년 11월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을 해소하고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겠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과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세 개의 단계이다.

 

1단계는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법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일반고 동시 모집 및 이중지원 금지'였다. 그러나 이 조치에 반발한 자사고들이 헌법소원을 냈고,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이중지원 금지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동시 모집은 4대 5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발표하였다. 

 

현재 시행 중인 2단계는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강화와 단계적 일반고 전환'이다. 올해 전국 11개 시·도교육청에서 진행한 재지정 평가를 받은 자사고 24곳 가운데 11곳이 교육부 동의 등을 받으면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된다. 최소 13곳의 자사고만 앞으로 5년 동안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자사고 측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으로 시행될 3단계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고교체제 개편'이다. 국가교육회의 논의 후 추진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계획만 연내로 잡혀있을 뿐이다. 김진경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실상 국가교육위원회가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연내 법안 통과에 낙관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자사고 폐지를 두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고교 서열화 심화의 선두에 자사고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사고 폐지는 고교 하향 평준화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월성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두 주장은 현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공통으로 내포하고 있다.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취소’ 소송에서 행정법원 판결문 내용을 살펴보면, “자사고가 국·공립학교에 우선해 학생을 선발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사학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공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뿐이기에 우선 선발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자사고 폐지가 고교 서열화와 입시 경쟁 위주로 변질한 공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역대 어떤 정부의 어떤 교육정책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두고 지나치게 대립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만 심화할 뿐이다. 그러므로 자사고 폐지로 무조건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보다는 교육 개혁의 시발점이자 고교 체제 개편의 첫 단계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결과와 서열, 지식 중심의 평가 관행이 심해지며,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과 평가에서 학생이 그 중심에 서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시행될 대표적인 교육 정책이 2025년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인데, 그전에 이러한 현실을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를 위해 교육 개혁은 꼭 필요하다. 자사고 폐지로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단계적 고교 체제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앞으로의 교육 정책이 빛을 발하는 주춧돌이 되어줄 것이다.

 

 

 

고교 서열화와 입시 경쟁은 없애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자사고 폐지를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지, 폐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껏 학생 선발권에 몰입하고 그 안에서 경쟁해왔는데, 단위 학교 차원에서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교육개혁을 이룩할 것인가 고민하는 데서 시작하는 경쟁이 정말 필요한 경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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