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에칭가스 수출을 규제했을까?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규제한 품목 중 에칭가스에 대해

일본은 지난 7월 한국과 일본 간의 신뢰가 심각히 손상되었고 수출 관리를 부적절하게 했다는 이유로 화이트리스트 27개국 중 한국만 제외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소재 3가지를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3가지 품목들은 폴리아미드, 포토레지스트, 그리고 에칭가스인데, 이 중 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작 과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이다. 

 

여기서는 왜 하필 에칭가스 수출을 규제한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에칭가스는 고순도 불화수소라고도 불리는데, 이 불화수소의 정식 명칭은 플루오린화 수소로 수소와 플루오린이 공유결합을 해 형성한 물질이다. 이 물질은 무독의 유독성 기체로 독성이 매우 강해 다룰 때 조심해야 하며 끓는 점이 높아 저온의 수용액상태로 사용해야 한다. 이 물질은 2012년 9월 구미시에서 불화수소 저장탱크의 폭발로 구미시의 시민을 여럿 다치게 하기도 했고 그 지역의 불화수소 농도가 안정수치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 걸리게 한 위험한 물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고순도 불화수소, 즉 에칭가스는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질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개발할 때 사용되는 불화수소는 순도가 99.9%인 에칭가스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에칭가스는 특히 반도체 공정 중에서 습식식각과 세정 과정에 사용된다. 식각 과정이란 금속이나 반도체 표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모양을 얻는 기술인데, 이 중 습식식각 과정은 화학물질을 반도체 표면에 공급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는 방식이다. 또, 세정 과정이란 식각 공정이 끝난 반도체 표면에 남은 물리적, 화학적 잔유물을 없애는 과정이다. 이 두 과정은 반도체 공정 중 20% 가까이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로 들여온 이 불화수소를 규제한 이유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불화수소의 일부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곳으로 유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불화수소는 핵무기의 핵심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때 사용되기도 한다. 우라늄을 농축시키기 위해선 일단 우라늄 광석을 불화수소로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우라늄 광석은 육불화우라늄(UF6)이 되는데, 이것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때 굳이 비싼 고농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를 사용하기보단 순도 97% 의 저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것은 일본의 억지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이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거한다면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될 일이 없고 오히려 국제적 불화만 심화시키게 될 것 같았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의 소재들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당분간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일본이 입는 손해가 더 클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지금이라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철회하고 다시 화해하는 것이 양쪽 국가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https://www.shutterstock.com/ko/image-photo/semiconductor-silicon-wafer-undergoing-probe-testing-769224271?src=-1-14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