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혁의 MLB 톡 칼럼] 메이저리그 팀들조차 피할 수 없는 DTD, 정말 과학인 것일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DTD'와 'UTU'라는 용어가 있다. DTD는 'Down team is Down,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UTU는 'UP team is UP,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 라는 의미를 담아 사용되는 단어이다. 문법적 오류로 엉망진창인 저급 단어이지만, 이 DTD와 UTU라는 단어로 함축된 많은 사례와 경우들은 매년 야구팬들에게 행복을, 혹은 절망을 가져다 준다. 도대체 이 두 단어에 무슨 뜻과 사례들이 있는 것이길래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011년 102승으로 MLB 전체 승률 1위를 달성한 후,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7년이 걸린 리빌딩을 끝낼 때가 왔다고 생각한 데이비드 몽고메리 구단주는 올해 오프시즌, 선수 영입 비용만 4억 300만 달러( 한화 약 4900억원)을 지출하였고, 그 결과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개막 후 압도적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페이스가 저하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던 몽고메리 구단주이기에, 결국 6월 13일 애틀랜타에게 지구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리고 7월 4일, 선두 자리를 내줄때조차 무려 8게임차로 앞서고 있던 워싱턴에게 2위 자리와 와일드카드 선두 자리까지 내주었다. 시즌 성적 81승 81패,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지구 4위에 그치고 만다.

 

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개막 후 6월 28일까지는 46승 36패로 와일드카드 순위권에 들어가는 등 예상 외로 선전하며 팬들의 김칫국 갈증을 유발했지만, 7월 한 달 동안 8승16패라는 끔찍한 성적을 내며 자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첫 30경기 18승 12패를 기록하며 18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했지만 결국 68승 94패로 압도적인 지구 최하위를 기록한 시애틀 매리너스 역시 같은 상황이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대표적이다. 12-14-16-17년 4번이나 정규시즌 우승을 해내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워싱턴은 올해도 93승 69패로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3위와 4게임 차 압도적 와일드카드 1위 자리에 위치하며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워싱턴은 시즌 초 최악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었다. 5월 23일까지 19승 31패, 끔찍한 성적으로 지구 4위에 그치며 시즌 포기를 선언하는 듯 했던 워싱턴은,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4위였다) 5월 24일 이후 메이저리그 승률 2위를 기록하며(1위 107승 휴스턴) 결국 7월 4일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를 달성하는 기적을 보여준다. (이 기간 동안 워싱턴은 28승 11패).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빛나는 강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역시 5월 31일까지 28승 29패에 그치며 전성기는 올해로 끝이 나리라 예상했지만 이후 좋은 성적을 내며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90승이라는 대기록을 성공시켰다. 최종 성적은 93승 69패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33승 22패로 최고 승률의 정점을 찍은 5월 29일까지, 필라델피아는 55경기 중 5할 이상 승률 팀을 단 24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이는 내셔널리그 팀들 중 가장 적은 횟수로, 그 당시 5할 이상 승률 팀들이 60%에 해당하는 9팀인 것을 생각한다면 약팀들과의 경기가 시즌 초반에 많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강팀 약팀 골고루 만나는 같은 지구 팀들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5월 29일부터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필라델피아의 최저 승률인 49승 47패를 기록했던 7월 17일까지, 필라델피아는 41경기에서 5할 이상 팀을 28번이나 만났었다. (소속 지구 최다)7월 17일은 5할 팀이 7팀으로 줄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실로 놀라운 수치이다. 텍사스도 같은 길을 걸었던 것일까. 텍사스 레인저스가 가장 좋은 승률을 올렸던 6월 28일, 텍사스는 자신들이 속해있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5개 팀 중 5할 이상 승률팀이 무려 4팀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2경기 중 46번만 5할 팀을 상대하며 역시 소속 지구에서 가장 적게 5할 이상 승률팀을 상대했었다. 그러나 6월 28일부터 최저 승률을 경신한 8월 18일까지 텍사스는 42경기 동안 5할 승률 팀을 16번 만나며(역시 소속 지구 최다) 강팀들에 의해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결국 올 시즌 필라델피아와 텍사스가 쾌조의 스타트 후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약팀과의 경기가 시즌 초반에 몰려 있었고, 그에 따라 강팀과의 경기는 시즌 중반에 몰렸기 때문' 이 이유라는 결론이 나온다. 매년 이와 같은 대진이 짜여지는 팀들이 생김에 따라 DTD와 UTU는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팀에게 약하고 리빌딩 중인 팀에게 승리를 따내야만 하는 그런 팀이 아니라 강팀도 당당하게 격파할 수 있는 강한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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