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의 역할이 되어야 할 "언론"

 

시력검사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라인 앞에 서서 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검사표를 읽는다. 눈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두 눈으로 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쪽 눈을 가려야 한다. 두 눈으로 본 시력검사표와 한쪽 눈으로만 본 시력검사표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더욱 더 흐릿하고 희미하다. 이 세상도 마찬가지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 눈을 가리는 무언가. 우리는 늘 시력검사표를 잘 보지 못한다. 잘 보기 위해선 안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눈을 가리는 무언가가 항상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의 눈을 가리는 가리개도, 우리의 눈을 더 잘 보이게 하는 안경도, 모두 언론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잘 보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진실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안경의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지만, 지금의 언론의 모습은 국민들이 눈을 가리는 가리개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KBS·MBC총파업 사건은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그 때 당시 MBC와 KBS는 수년 동안 권력의 간섭을 받았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권력에 포섭되어 아무 일도 못하게 되자 그 권력은 당연히 썩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심지어 그 당시에 국정원이 댓글 알바를 고용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댓글부대를 만들어 국민을 편 가르기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 나른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거짓되거나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한다.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언론이 화재성을 중심으로 보도한다. 국민이 알아야 할 사건들이 묻히고 있다. 언론이 국민의 눈을 가려버린 것이다.

 

이러한 언론으로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똑바로 바라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완전한 진실일 리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의심해야한다. 모든 뉴스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사건에 대한 관점은 모두 다르다. 그 관점을 바탕으로 뉴스가 제작된다. 우리는 그 관점을 비교하고 비판하고 공유 할 줄 알아야한다. 자극적인 사건에만 끌려서는 안된다. 쉽게 선동되는 것도 안된다. 내밀어주는 보도에 수긍하는 게 아닌,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동적인 대중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은 국민의 눈이 되어줘야 한다. 국민에게는 알 권리가 주어지며, 그 권리가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은 진실을 전하고 그 진실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가 확인한 진실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진실을 바라 볼 수 있도록 한걸음 더 나아가야한다. 언론은 권력의 애완견이 아닌 국민의 감시견이 되어야한다. 국민의 눈을 가리는 가리개가 아닌 국민을 더 잘 보게 하는 안경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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