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현의 웹소설 이야기 3] 표절과 클리셰, 작고도 큰 차이

우리는 흔히 '클리셰'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클리셰는 본래 인쇄 연판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단어 'cliché' 에서 나온 단어로,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맥락에 따라 상투어, 진부한 표현 등으로 표현하기를 권하고 있다. 다만 이 단어만으로는 클리셰의 제대로 된 뜻을 표현하기 어려운데, 클리셰는 어떤 단어나 문장뿐만이 아니라 상황이나 연출,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설정, 심지어는 특정한 플롯까지도 가리킬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맞대결 후 잠시 침묵이 흐르고 뒤이어 누군가가 쓰러지는 연출이나 다른 세계와 연결된 통로 설정,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관계의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금지된 일에 손을 뻗는다는 플롯의 도입부 따위가 그 예이다.

 

표절과 클리셰는 작품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닌 요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서로 착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용어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표절'은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조금 수정하여 덧붙이는 '텍스트 표절'이 아닌 내용의 유사성과 관련된 '내용 표절'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과연 표절과 클리셰는 어떠한 점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법적으로 면밀하게 정해진 기준이 없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그 작품만의 독창성(originality)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점이 된다. 

 

다른 세계와 연결된 통로' 설정은 클리셰로,  C.S.루이스의 작품 <나니아 연대기>에서 옷장을 이용해 표현된 것이 유명하다. 그렇지만 A라는 작품에 어떠한 통로를 통해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설정을 넣었다고 해서 작품 A가 <나니아 연대기>의 표절작이 되나? 작품 A는 문을 이용해 인간 세계와 괴물 세계를 연결한 <몬스터 주식회사>가 될 수도 있고 터널을 통해 세계를 갈라 놓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몬스터 주식회사>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나니아 연대기>를 표절했다고 하지 않는다. <나니아 연대기>와 차별화되는 각 작품의 독창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독창성을 판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작품에서 '독창적이지 않은' 부분을 뺀 후 무엇이 남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에는 주연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 아이들의 비명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세계관, 주연 캐릭터가 타 캐릭터를 구하기 위해 겪는 사건 등이 남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온천이라는 특이한 공간과 부모님을 구해서 빠져 나가기 위해 주인공이 겪는 사건 등이 남는다. 이처럼 클리셰는 작품의 도구로만 사용된다. 작품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독창적이지 않은 부분을 사용해서 보여 주고 싶은 "무언가"이지 독창적이지 않은 부분 자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웹소설 분야에서 표절은 상당히 예민한 문제이다. 문학의 특성상 법적으로 표절을 인정 받기가 쉽지 않고 설령 인정을 받더라도 판결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웹소설에서 표절과 관련하여 소송 등의 수단으로 적법한 조치를 받은 사례는 많지 않고, 대걔는 본문 수정 따위가 최대의 조치로 끝난다.

 

표절은 독창적인 이야기를 창작해낸 작가에게 직접적인 독이 된다. 표절 행위를 저지른 작가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표절을 당한 작가는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양산형', '아류작'이라는 평가를 듣는 작품만이 즐비하게 만들어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이다. '클리세'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작품을 훔치는 일을 쉽게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웹소설을 창작하고 소비하는 사람 모두가 깊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참고자료출처 : 국립국어원 / http://www.djuna.kr/movies/cliches_1.html" target="_blank">클리셰 사전 >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