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게임 칼럼 3]어린 시절, 당신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것들과 마주해라

'어린 시절, 당신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것들과 마주해라.'

 

한 살, 두 살. 해가 지날수록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하고 있다. 한 번 생각해 보자. 곧 성인이 될 우리의 유년 시절 때 특별히 무서워하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이들은 쉽게 답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이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유는, 한때 두려워했던 것들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다지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두려웠던 사건이나 물건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며, 그 때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필자만 경험한 것이 아닐 것이다. Tarsier 스튜디오의 제작진들 또한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기에 'Little Nightmares'와 같은 명작 게임을 출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QArT1QXzToQ, 주인공 소녀 'Six'.

 

위의 사진 자료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이 게임의 주인공은 노란 우비를 입은 아주 작은 크기의 소녀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는 잘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살펴보니 아이의 시점에서 거대하고 두려운 세상의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설명으로 대충 감을 잡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표현하자면 한 소녀가 주인공이 되어 그녀가 갇힌 거대한 배에서 탈출하여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그녀를 조종하여 갖가지 퍼즐과 위험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녀의 피를 호시탐탐 노리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거머리들부터 시작해서 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진 두 팔을 가진 배의 관리인, 그리고 그녀를 붙잡아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려는 기괴한 모습의 쌍둥이 요리사까지. 그 외에도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끝까지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탈출시킬 수 있을 것인가.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하고 스산한 분위기와 한 작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낄 법한 공포를 아주 잘 연출하였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배 안에 갇힌 채 기괴한 것들로부터 도망쳐다닐 운명에 처한 소녀가 마냥 불쌍한 캐릭터인 것은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주인공 소녀 또한 배 안을 돌아다니는 끔찍한 생명체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노움'이라고 불리는 캐릭터들 또한 소녀와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몸을 가지고 있으며, 만일 소녀가 이들을 꼭 껴안아주면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소녀는 계속되는 허기짐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고기부터 시작해 생쥐까지 먹기 시작하더니, 끝내 자신에게 소시지를 건네는 노움 하나를 산 채로 물어뜯어 먹고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자신이 먹은 노움에 대해 어떠한 연민의 감정이나 두려움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이 게임에는 캐릭터들의 대사가 존재하지 않는데, 오히려 대사를 넣지 않았던 것이 그녀에게 일어나고 있는 상태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녀가 고기, 생쥐, 노움으로 허기짐을 달래는 과정을 통해 그녀가 인간의 7대 죄악 중 폭식의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녀 또한 이제 그 배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잔악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제 한 명의 순수하고 어린 아이가 아니라, 그녀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괴물, 즉 '어른'이라는 존재에 가깝게 성장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임 자체에 대사도 일절 없으며 오로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에만 의존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제작진들이 의도했던 이야기를 이해함과 동시에 절로 탄식이 나왔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들도 이 게임을 직접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직접 플레이하면서 주인공 캐릭터나 주변 사물들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 자부하며, 필자는 이만 칼럼을 끝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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