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능중: 이효영 통신원]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는 이야기, 지금 들으러 갑니다

신능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1학년 수행평가, '어르신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지난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2019년 신능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1학기 국어와 사회 통합 수행평가, '어르신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가 약 한 달간 진행되었다. 이 수행평가는 학생들이 모둠별로 인터뷰를 할 어르신을 선여, 사전 조사를 실시하고 인터뷰 질문을 만들어 직접 인터뷰하고 녹취록을 풀어서 자서전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의 거주지 이동 경로를 지도에 직접 표시해 연결하고 그 시대, 그 장소의 특징들을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보기 약 1~2주 정도 전에 아슬아슬하게 끝난 이 수행평가는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뜻깊은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 수행평가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자 7월 17일, 신능중학교에서 현재 근무하시는 3학년 국어 선생님 두 분 중 한 분을 만나 15분 정도의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Q1 : ‘어르신 자서전 만들기’라는 수행평가를 2019년 신능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1학기 국어 수행평가로 처음 넣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 학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만나 일상적인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옛날에 살았던 삶과 같은 정말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분들의 세대를 생각해보면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영향을 받아 한국 전쟁, 4.19 혁명 등을 모두 거쳐 오신 세대이기 때문에 그런 역사의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직접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 세대와 학생들의 세대가 만나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행평가를 하게 해 주고자 했습니다. 또 하나는, 수행평가 중에서도 모둠별로 힘들지만 서로 공동 작업을 해봄으로 인해 서로 협력하는 것을 배우고, 협력이 되지 않을 때에는 이만큼 협력이 어렵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Q2 :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생들이 자서전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 자서전 만들기라는 수행평가가 간단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하기 전부터 학생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의 부담이 컸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만큼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것보다는 학생들이 훨씬 잘 참여했던 것 같아요. 어렵지만 그래도 도전정신을 가지고 해 준 것 같아서, 불만의 소리들은 무엇을 하든 간에 나오기 때문에 이 정도면 학생들이 좀 즐겁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보고서를 받아 보니 의미 있었다는 부분이 많아서 학생들이 잘 참여했다고 생각합니다.

 

Q3 : 이 수행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좋았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 있으셨나요?

 

A : 학생들이 충돌하는 모습들을 볼 때 조금 좋기도 했던 것이, 모둠 과제를 낼 때 사실 협력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수행 평가들이 많은데, 이 수행평가로 서로 충돌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그만큼 협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주변에 아는 어르신들이 없어 대상을 정하지 못할 때, 장난 식으로 근처 경로당을 방문해서 어르신들을 협박하듯이 말씀드려 민폐가 된 경우, 그리고 사전에 어떻게 인터뷰를 하고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를 여러 번 설명하고 학습지로도 나누어 주었음에도 질문을 취조하듯이 바로 넘어가는 등 질문 내용이 부족한 것을 보았을 때 연습이 덜 된 것 같아 조금 힘들었어요.

 

Q4 : 만약 이 수행평가를 다시 하게 된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싶으신가요?

 

A : 이 수행평가를 하며 가장 잘 안되었던 부분이, 어르신들께서 좋은 분이신 경우에는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말씀을 해주시는 모둠은 잘 되는데, 부끄러워하시고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은 더 많은 질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뷰 대상자에 따라 너무 인터뷰의 양과 질이 천차만별이었어요. 그래서 다음에 다시 한다면 인터뷰 대상자들을 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연결하여 미리 선별된 분들이 학교에 오시게 하여 그분들을 인터뷰하게 하고, 한 번이 아니라 수업시간 중을 이용해서 30분씩 세 번 정도 인터뷰를 하면 의미 있는 인터뷰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다음에는 그렇게 해 보고 싶습니다.

 

Q5 : 다음에 다시 하게 된다면 그때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A : 이번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녹취록을 푼 것을 거의 재구성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학생들이 글쓰기를 조금 더 제대로 해보게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에 사전 조사도 많이 못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이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도 잘 모르고 인터뷰했기 때문에 질문도 잘 못했다는 생각도 들어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사전 조사도 조금 더 해보게 하고 싶습니다.

 

Q6 : 이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깨닫고, 배웠으면 하는 점은 어떤 것인가요?

 

A : 일단 학생들이 제일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경청이에요. 하지만 이것은 억지로라도 한 번 듣고 나서, 녹취록까지 풀어서 써야 하기 때문에 경청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옛날 사람이어서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분들로만 생각했는데, 그분들의 삶을 쭉 들어보면서 어느 한 사람도 헛된 삶을 산 사람은 없다는, 그런 한 사람의 인생의 소중함을 이야기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근현대사의 삶을 실제로 생생하게 들으면서 어른들이 요즘은 얼마나 살기 좋냐는 이야기들이 옛날이야기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든 시대를 살아왔던 어른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요즘에 살기 좋다는 것이 이런 의미구나 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학교 밖으로 나가서 하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들이 많지 않은데, 이런 것을 해 보면서 재미도 있고 학교와 학교 밖의 삶이 실제로 연결되는 그런 공부를 학생들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Q7 : 혹시 이런 자서전 프로젝트를 다른 학교에서 해 보신 적이 있거나 다른 학교의 사례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 어르신 자서전 쓰기 수행평가는 신능중학교에서 처음 해 보는 것 같아요. 작년에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직업인 인터뷰를 한 비슷한 사례는 있었어요. 그래도 이번에 한 것이 조금 더 많이 정리되고 제대로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이 아이디어는 학생들에게 자서전 예시로 보여 준 책이 있는데, 그 책은 (회현중학교) 학생들이 어르신들을 인터뷰해서 자서전으로 쓴 ‘찬란하고 쓸쓸한’이라는 책이에요. 그 책을 읽으며 우리 학생들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간이 짧았고 제한적인 상황이었는데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8 : 이 수행평가를 다른 학교 국어 선생님들께 추천을 하실 수 있다면 하시고 싶으신가요?

 

A : 추천을 해 보고 싶어요. 학생들이 이번에 가졌던 가장 큰 불만은 시험기간이 다가왔을 때 했다는 것인데, 시험기간보다 앞서서 5월 즈음에 가정의 달과 연계하여 이 수행평가를 해봐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그래요. 이번에 학생들의 후기를 받았을 때 의미 있는 후기들이 많았어요. 사실 보통 수행평가를 할 때 잘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하든지 잘해요. 그런데 잘 못하는 학생들이 의미 있는 수행평가에 대한 후기를 남겼을 때 굉장히 감동이 되었습니다. 이 수행평가를 마쳤을 때는 수업시간에 소극적이고 잘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어르신들의 이야기들을 후기로 잘 써내서 의미가 있었어요. 또 우리 학교에서 화장실을 청소해 주시는 여사님이나 영양사 선생님 같은 학교 어르신들을 학생들이 잘 찾아가 인터뷰를 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에서처럼, '어르신 자서전 쓰기'라는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여러 세월을 겪어오신 어르신들의 힘들고 고되지만 따뜻하기도 했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으며 어르신의 삶과 연결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들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하며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자서전 만들기에 진지하게 임한 학생들,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좋은 이야기를 해주신 어르신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더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으셨던 선생님들까지, 모두에게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어르신 자서전 쓰기’ 수행평가 제출물 중 일부 [위 사진은 기자 본인이 촬영한 사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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